해외 선주들과 석달간 줄다리기…용선료 협상 막전막후

해외 선주들과 석달간 줄다리기…용선료 협상 막전막후

입력 2016-06-10 16:57
업데이트 2016-06-1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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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초기 성공 가능성 5% 예상…현정은 회장까지 이메일로 설득

“연초부터 협상단을 꾸렸는데 (타결까지) 참 오래 걸렸죠. 지난한 공방의 과정이었습니다.”

3개월간의 ‘줄다리기’ 끝에 해외 선주들과 용선료 협상에 성공한 현대상선 협상단의 한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10일 현대상선 등에 따르면 회사 측은 2월 22일 처음 협상단을 꾸려 일본과 동남아시아, 유럽 등 선주들이 있는 지역을 순회하며 1차 조사를 한 뒤 본격적인 개별 협상 작업에 들어갔다.

협상은 예상대로 쉽지 않았다. 서로 이해관계와 조건이 다른 선주들을 개별적으로 설득하면서 원하는 수준으로 용선료를 깎기란 만만치 않은 과제였다.

선주들은 다른 선주들의 협상 전략을 모르는 상태에서 얼마만큼 깎아줘야 적정한지, 다른 선사들과 비교할 때 손해를 보지 않는지 등을 치밀하게 계산해야 했다.

이들 선주는 금융을 조달해 선박을 만들어 빌려주고 그 대가로 받은 용선료로 원리금을 납부하는 방식으로 사업한다. 용선료를 적게 받으면 그만큼 사업을 운영하고 유지하는 데 영향을 크게 받는 셈이다.

또 다른 국적 선사인 한진해운의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가 결정된 것도 현대상선 협상에 하나의 악재로 작용했다. 계약 관계가 겹치는 선주들이 많아 협상에서 그만큼 부담 요인이 커진 탓이다.

협상단의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까지 용선료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해외 선주들이 의사결정을 머뭇거리는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협상의 성패를 가를 주요 선주들이 서울에서 모여 담판을 짓는 단체협상 자리까지 마련됐다.

당시 협상은 다나오스, 나비오스 등 그리스계 컨테이너선 선주 4곳은 참석했으나 영국계 조디악이 아예 불참하면서 결국 소득 없이 끝났다. 협상단은 당시가 ‘고비’였다고 회상한다.

조디악은 현대상선에 비교적 최근 건조한 배를 빌려줘 용선료가 시세보다 5% 정도만 높았고, 이 때문에 협상이 특히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디악의 깐깐한 태도로 협상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직접 나섰다. 협상단 제안에 따라 에얄 오퍼 조디악 회장에게 이메일을 보낸 것이다.

현 회장은 “조디악은 과거에도 현대상선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힘을 빌려준 든든한 친구였다. 나는 (대주주에서) 물러나지만, 현대상선을 꼭 좀 도와달라”고 적었다.

현대상선은 오퍼 회장 비서진으로부터 이메일을 직접 읽었다는 회신을 받았고, 이후 조디악에서 다시 대화해보자고 제안하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용선료 협상이 어려웠던 것은 ‘설마 국적 선사를 법정관리로 보내겠느냐’는 외국 선주들의 확신이 강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이 수출 비중이 크기 때문에 2개뿐인 국적 선사를 정부가 살려놓고 볼 것이라는 게 선주들의 예상이었다.

해운사가 용선료를 인하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이스라엘 컨테이너선사 ‘짐’(ZIM)이 해외 선사들과 2013년부터 2014년까지 협상을 벌였는데, 세계 해운업계에서 흔하지 않은 용선료 재협상 성공 사례로 꼽힌다.

짐이 1년여 걸린 용선료 협상을 현대상선은 3개월 반 만에 마무리한 것이다.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용선료 협상을 처음 시작할 때 성공 가능성이 5% 정도라고 분석했다고 한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자산 매각, 채무 재조정, 경영진 사재 출연 등 모든 구성원의 의지와 노력이 어우러져 선주들을 안심시키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며 “구조조정의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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