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가 문제라는데…올 성장률 전망 어디까지 추락하나

하반기가 문제라는데…올 성장률 전망 어디까지 추락하나

입력 2016-06-13 09:11
업데이트 2016-06-1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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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전망치 2.8%→2%대 중반으로 내릴 듯정부 이달 말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입장 밝힐 듯

“문제는 하반기입니다. 글로벌 교역 부진의 정도가 생각했던 것보다 심하고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그에 따른 (경기의) 하방 위험도 클 것으로 보입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9일 기준금리를 연 1.25%로 전격 인하하면서 올 경기전망에 대해 내놓은 암울한 전망이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경기 회복세를 보이던 미국의 고용이 꺾이면서 전 세계 경기회복이 늦어지는 데다 국내에선 조선·해운을 비롯한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으로 부진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한국은행은 지난 1월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작년보다 3.0% 성장한다고 예상했다가 지난 4월엔 이를 2.8%로 떨어뜨렸다.

상반기 2.9%, 하반기 2.6%다.

5월 수출 감소율이 낮아지는 등 2분기는 1분기보다 개선되고 이에 따라 상반기 성장률은 예상했던 2.9% 수준에 부합할 것이라는 게 한은의 추정이다.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충격을 받았던 작년 2분기(0.4%) 이후 최저 수준이다.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7.1%나 줄어 2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국내 총투자율(27.4%)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2분기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향후 경기에 대한 불안감에 사로잡힌 가계는 소비를 하지 않고 저축만 늘려 총저축률(36.2%)이 1년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지난달 수출 감소율이 6%로 전월대비 떨어졌지만, 그동안 누적된 수출 부진의 여파로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년 3개월 만에 가장 작은 수준으로 급감했다.

올 하반기 구조조정으로 경기에 충격이 발생한다면 올해도 성장률은 ‘상고하저’(上高下低)의 양상을 보이며 애초 예상했던 2.6%에 미달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하반기 성장률 전망이 애초 예상보다 낮아지면 올 전체 성장률 전망도 4월 전망치보다 하락하게 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9일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수출이 감소세를 지속하고 소비 등 내수의 개선 움직임이 약화된 가운데 경제주체들의 심리도 부진했다”면서 “4월에 전망한 성장경로의 하방 위험이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에선 한은이 다음 달 발표하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 성장률 전망을 2.5∼2.6% 수준으로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잇달아 낮추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 경제성장률을 작년 11월(3.1%)보다 0.4%포인트 낮춘 2.7%로 전망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 성장률 전망을 3.0%에서 2.6%로 내렸다.

한국금융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 IMF 등은 올해 상반기 이미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2.8%로 줄줄이 낮춘 상태다.

올 성장률 전망을 3.1%로 고수하고 있는 정부가 이달 말께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지도 주목된다.

최근 경기 부진과 조선·해운 등 기업 구조조정 변수로 인해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정부가 ‘나 홀로 3%대’ 전망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으리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반대로 정부 경제성장률은 목표치 성격도 있는 만큼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작년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당초 3.8%를 제시했다가 메르스 사태 직격탄을 맞자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3.1%로 낮춰잡았다.

이후 수출 부진과 내수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글로벌 투자은행(IB)이나 민간 연구기관들이 앞다퉈 한국 경제가 2%대 저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했지만 정부는 3%대 성장 전망을 고수했다.

정부는 결국 한 해가 마무리되던 지난해 말에 가서야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대폭 낮추면서 현실을 ‘수용’했다.

이런 경험을 반영하면 정부는 올해도 경제주체들에 미치는 심리적 영향 등을 고려해 일단 3%대를 고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출 개선 등으로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며 경기가 개선되면 정부가 목표로 잡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3.1%를 낮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경제 상황에 따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한국 경제 부진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던 수출이 다시 살아나는 기미가 보이는 점도 정부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0일까지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올해 들어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이던 수출은 지난 5월 -5.0%로 감소 폭을 줄인 뒤 6월 반등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자체가 2%대 후반∼3%대 초반으로 떨어진 상황”이라며 “현재 경기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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