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각국 기업 “충격파 줄이자”…비상대책 짠다

<브렉시트> 각국 기업 “충격파 줄이자”…비상대책 짠다

입력 2016-06-26 10:54
업데이트 2016-06-2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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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내 자동차 생산업체 “공장 운영 등 전략 재검토”중국, 고속철 사업 차질 우려…현지 우리 기업도 영향분석 돌입

“우리가 수출하는 품목의 경우 영국은 대부분 유럽연합(EU), 한국,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향후 통상환경이 바뀜에 따라 가격경쟁력도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 회사는 파운드화로 결제하고 있어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영국 내 자동차 관련 한국 기업 A사)

“영국에 계열사의 공장 두 곳이 있다. 앞으로 관세율이 변화하면 EU 역내로부터 부품을 수입하거나 EU로 자동차를 수출할 때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독일 자동차 생산업체 B사)

“엔화 가치가 강하게 오르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수준이라고 생각된다.”(일본 마케팅·무역회사 C사)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가 결국 현실화되자 각국의 기업들은 곧바로 분주하게 영향을 분석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26일 코트라(KOTRA)가 브렉시트 결정 직후 각국 무역관을 통해 긴급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중국, 유럽의 주요 기업은 경영전략회의에 돌입하는 등 사태를 주시하면서 영국과 유럽에서의 영업전략 수정을 계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발등에 불 떨어진 영국 내 자동차 생산업체

포드, 닛산, 도요타 등 영국에서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자동차 업체가 브렉시트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포드는 브렉시트 직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파운드화 가치하락과 수요 감소에 대비해 안정적 수익과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드는 총 매출 중 영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18.8%에 달한다. 영국에 1만4천명이 근무하는 대규모 생산공장까지 갖고 있다.

닛산과 도요타는 앞으로 EU 내 거점 마련 등 유럽 지역 전략을 전면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코트라는 설명했다. 두 회사는 영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량의 70~80%를 다른 EU 국가로 수출하는 구조를 갖고 있어 영국의 EU 탈퇴로 새롭게 생길 수입 관세 등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 대형 프로젝트 차질 우려하는 중국

중국은 지난해 시진핑 주석의 영국 방문 이후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영국 고속철 프로젝트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파운드화 가치하락, 경기 침체 등으로 자금과 설비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대형 공사를 추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부터 영국 내 부동산 투자를 확대하던 완다그룹도 파운드화 약세 등의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기업은 갑작스럽게 뛰어오르고 있는 엔고에 큰 우려를 드러냈다. 엔화는 24일 장중 한때 1달러당 99엔까지 치솟아 아베 총리가 외환 시장 개입을 시사할 정도였다.

◇ 에어버스·이탈리아 피아트 “공장 등 이전 검토”

영국에 완성차를 수출하는 독일의 한 자동차 제조업체는 영국이 새로운 수입 관세를 적용할 경우 가격경쟁력이 낮아질 것을 걱정했다. 아울러 영국 내에 제조시설을 가진 일본 업체와의 경쟁에서도 불리해 질 것이라고 염려하는 분위기다.

유럽 항공기 제조업체인 에어버스는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영국 웨일스의 생산공장을 프랑스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지난 2014년 영국 런던으로 본사를 옮긴 이탈리아 피아트도 본사를 EU 역내로 다시 이전하는 안을 검토할 것으로 전해진다.

코트라가 이달 중순 유럽의 주요 바이어 103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49%가 ‘브렉시트는 비즈니스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에 부정적 영향이 생길 것이라고 말한 응답자의 80%는 관세율 인상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를 우려했다. 가격경쟁력 약화 가능성을 우려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5%는 영국과의 비즈니스를 축소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차분하게 장단기 분석에 돌입한 우리나라 기업

영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 100여 개사는 큰 동요 없이 장단기 영향 분석에 분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트라 런던무역관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은 파운드화 가치하락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영국이 EU를 완전히 탈퇴하기까지는 2년 이상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 기간에 영국 내 비즈니스 지속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 수요 감소 등이 생길 것이기 때문에 현지 영업전략 수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윤원석 코트라 정보통상지원본부장은 “현재 드러난 금융시장의 불안이 실물경제에까지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며 “우리 기업은 차분하지만 신속하게 위기 대응에 나서면서 시장여건이나 환율 변동에 따른 틈새 수요를 파고드는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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