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구 유행에도 ‘어린이집 가지말라’ 못하는 방역당국

수족구 유행에도 ‘어린이집 가지말라’ 못하는 방역당국

입력 2016-07-03 10:50
수정 2016-07-0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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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에 물집 생기면 어린이집에 보내지도 받지도 말아야

수족구병 환자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강력한 방역 대책을 내놔야 할 질병관리본부가 ‘냉가슴’을 앓고 있다.

수족구병 관리를 위해서는 의심환자가 어린이집 등 아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지 못하도록 해야 하지만, 가정에 더해질 양육 부담 등을 고려하자니 이러지도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이 질병관리본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3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19~25일 수족구병 의심환자 수는 외래환자 1천명 중 49.4명으로 2009년 감시체계 도입 이후 역대 최고치를 2주 연속 경신했다.

과거의 최고치(2014년 5월 11~17일·35.5명)는 이미 큰 차이로 넘어섰다.

질병관리본부는 수족구병 환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0∼6세 영유아 연령대에서 추가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 급선무인 것으로 판단하고 이 연령대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수족구병이 의심되는 경우, 어린이집 등에 보내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부모가 이런 의심증상을 발견하지 못하거나, 증상이 경미하다는 판단에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 감염 확산의 원인이 되고 있다.

서울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수족구병이 확실하면 되도록 가정에서 보육해달라고 안내를 하지만, 일부 부모님은 아이가 아직 확진을 받지 않았다고 어린이집에 보내는 경우가 있다”며 “이럴 때는 어린이집 입장에서도 확실한 증거가 없으니 오지 말라고도 못해 갑갑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질병관리본부도 ‘할 말’을 못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손·발에 물집이 발견된 의심환자는 절대 어린이집에 보내지 말고, 3∼5일 집에서 쉬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그런데 그 기간이면 거의 1주일동안 아이를 집에서 돌봐줘야 하는데 그런 부담을 짊어지라고 하기가 쉽지는 않다”고 토로했다.

최근 몇 주 동안 정부의 ‘맞춤형보육’ 추진에 강하게 반발하던 어린이집들의 분위기도 작지 않은 부담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주말에 내린 비로 수족구병 유행이 다소 진정세로 접어들 것으로 기대하고는 있지만, 유행이 8월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여 강력한 방역 대책이 필요하다”며 “강제적인 정부 정책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유행을 잠재울 수 있는 묘책은 없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족구병은 손, 발, 입안에 생기는 발진·물집이 특징이다. 발열, 두통, 설사, 구토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처음 2∼3일 동안은 아이가 잘 먹지 못하는 등 증상이 심해지지만 3∼4일이 지나면 호전되기 시작하고 대부분은 1주일 안에 회복한다.

그러나 수족구병을 진단받은 영·유아가 39도 이상으로 열이 치솟거나 38도 이상의 열이 48시간 이상 지속하는 경우, 구토·무기력증·호흡곤란·경련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팔다리에 힘이 없어 걸을 때 비틀거리는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에는 중증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빨리 종합병원에 방문해서 정밀검사와 진료를 받아야 한다.

수족구병을 예방하려면 외출 후, 배변 후, 식사 전·후, 기저귀 교체 전·후, 손을 철저하게 씻어야 한다.

아이들의 장난감, 놀이기구, 집기도 청결하게 하고, 환자의 배설물이 묻은 옷도 깨끗하게 세탁해야 한다.

손·발에 물집이 나타나 수족구병이 의심되면 바로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고 되도록 밖에 나가지 말고 집 안에 머무는 것이 좋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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