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모인 롯데家 형제…검찰 ‘비자금 수사’ 급물살타나

한국에 모인 롯데家 형제…검찰 ‘비자금 수사’ 급물살타나

입력 2016-07-03 14:52
업데이트 2016-07-03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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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비자금 놓고 검찰 ‘창’ vs 김앤장 ‘방패’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하던 시점에 해외에 체류 중이던 신동주·동빈 형제가 사흘 간격으로 잇따라 귀국하면서 한동안 소강 상태이던 ‘롯데 비자금’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그동안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이일민 전무 등 롯데그룹 정책본부 핵심 임원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통해 본격적인 총수 일가 수사에 대비한 자료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롯데도 화려한 ‘전관파워’를 자랑하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거물급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매머드급 변호인단을 꾸려 검찰 수사에 대비하고 있어 총수 일가의 사법처리를 둘러싼 ‘창과 방패’의 힘겨루기가 본격 전개될 전망이다.

롯데그룹 경영권 탈환에 여념이 없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도 최근 명망 있는 법조계와 학계, 금융계 인사를 잇따라 영입하면서 향후 전개될 검찰 수사와 법정 공방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 4주만에 귀국한 신동빈…검찰 ‘칼끝’ 피할 수 있을까

신동빈 회장의 3일 귀국은 지난달 7일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 총회에 참가하기 위해 출국한 지 약 4주만이다.

신 회장은 스키연맹 총회 참석에 이어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서 열린 롯데케미칼 현지 합작공장 기공식을 둘러본 뒤 일본으로 건너가 지난달 25일 도쿄(東京)에서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했다.

신 회장이 해외에 체류 중인 동안 롯데그룹은 이미 김앤장을 중심으로 한 매머드급 변호인단을 구성해 검찰 수사에 따른 방어 태세를 구축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인사청문회 하루 만에 낙마한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차동민 전 서울고검장 등 거물급 전관 출신 변호사들이 롯데 변호인단을 이끌고 있다.

서울지검 특수 2·3과장과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을 지낸 기업형사사건 전문가인 차 변호사는 지난해 롯데그룹 ‘형제의 난’ 때부터 롯데 관련 업무를 전반적으로 총괄해왔다.

이들은 롯데 총수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둘러싸고 검찰과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롯데 총수 일가가 중국·베트남 등지에서 주요 계열사를 동원해 해외사업을 확장하고 많은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계열사 간 자산거래 과정에서의 배임 및 횡령 의혹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경우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를 수입할 때 일본 롯데물산을 거래 중간에 끼워넣어 대금 일부가 불필요하게 일본 롯데물산 측에 흘러가도록 한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롯데그룹은 이런 의혹들이 복잡한 기업 경영에 대한 이해 부족과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입장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비밀금고에서 발견됐다는 300억원만 해도 급여와 배당금으로 받은 돈을 개인금고에 보관했던 것일 뿐 비자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성실히 해명하면 오해가 풀리리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 롯데물산이 개입된 롯데케미칼 거래건에 대해서도 롯데그룹은 외환위기 당시 한국기업들의 신용도가 낮았기 때문에 일본 롯데물산의 신용도를 활용해 한층 싼 이자를 물고 어음 무역거래를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국내 금리가 15~20%에 이르렀는데 일본 롯데물산 신용도를 활용해 약 9%의 저금리로 어음 거래가 가능했다는 것이 롯데 측의 설명이다.

결국 해석하기에 따라 상반되는 결론에 이를 수 있는 사안을 놓고 검찰의 ‘창’과 변호인단의 ‘방패’간 치열한 법리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롯데는 비자금 조성 의혹과는 별도로 제기되는 친인척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서는 대체로 시인하고 있다.

과거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운영하던 회사에 롯데시네마가 매장 사업권을 내줬던 것이나 롯데백화점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셋째부인인 서미경씨가 운영하는 회사에 식당 사업권을 준 것 등은 시정돼야 할 구습이라는 것이다.

롯데는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이미 수년 전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 적발돼 시정 명령을 받고 과징금까지 부과됐던 사안이어서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이를 일종의 배임 행위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 ‘2세 시대 개막’이냐 ‘삼부자 공멸’이냐 갈림길

만약 신동빈 회장이 검찰의 수사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고 경영권을 굳건히 지킨다면 롯데그룹은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오랜 ‘철권통치’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2세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신 회장이 사법처리되면서 경영권이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넘어가더라도 롯데그룹은 2세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지난해 7월부터 시작해 1년이나 이어지고 있는 롯데가 오너 형제의 볼썽사나운 경영권 분쟁이 결국 롯데가 삼부자의 공멸을 가져오게 되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에 대한 대대적 검찰 수사가 시작된 것도 따지고 보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원인”이라며 “막장 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재벌가 형제의 골육상쟁이 여론은 물론 정부나 사정당국의 심기를 거스른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놓고 국부유출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도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 표대결을 반복, 국내 재계 5위 그룹의 경영권이 일본땅에서 좌지우지되는 상황을 연출해 부정적 여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나라 전체를 떠들썩하게 한 ‘롯데사태’로 12만명에 달하는 롯데 임직원들은 대부분 영문도 잘 모른 채 불안해하고 있는 상황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오로지 경영권 탈취를 위해 “이길 때까지 임시주총을 열겠다”는 신 전 부회장의 태도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롯데=일본기업’이란 이미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한국어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신 전 부회장이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차지하게 될 경우 과연 누구에게 이득이 되겠느냐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만약 신 회장이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사법처리된다면 지난해까지 일본 롯데의 사령탑이었던 신 전 부회장 역시 이런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형제가 동시에 사법처리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기업위기전문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1년이나 지속되는 롯데가 형제의 볼썽사나운 경영권 분쟁, 특히 신 전 부회장의 막무가내식 태도는 재벌가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며 “누가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라 삼부자 공멸이란 결과를 맞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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