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임금 ‘살찐고양이법’까지… 법안 유탄 맞을라 움츠린 재계

최고임금 ‘살찐고양이법’까지… 법안 유탄 맞을라 움츠린 재계

홍희경 기자
홍희경 기자
입력 2016-07-06 22:46
업데이트 2016-07-07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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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잇단 발의

“기술인력 유출·경영 악재 우려”
일각 “전경련 등 대응 미진” 푸념

이사 선임 과정에서 소액주주 발언권이 세지는 표결 방식인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려던 시도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지만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폐기됐던 정책을 되살려 최근 상법 개정안으로 발의했다.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은 소비자의 제품 결함 입증책임을 덜어주는 제조물책임(PL)법 개정안을 지난달 발의했다. 같은 달 더민주 이종걸 의원은 보험사 보유 계열사 지분을 시가로 평가하게 해, 삼성생명의 경우라면 12조~14조원어치 삼성전자 주식을 5년 안에 팔아야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선인 이들은 19대 국회에 이어 자신이 냈던 개정안들을 ‘패자부활’시켰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지난달 기업 임직원의 최고임금을 최저임금의 30배로 제한하는 최고임금법(‘살찐고양이법’) 제정안을 국회에 냈다. 시간당 6030원인 올해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임원 임금 상한이 약 4억 5500만원 선에 묶인다.

폐기됐다 부활하거나 전혀 새롭게 획기적으로 제정되거나, 20대 국회 들어 야권을 중심으로 3당 3색의 경제민주화 법안이 쏟아지자 기업들은 좌불안석이다. 국회 개원 때마다 반복되는 일이라고 의미를 축소하는 기류도 있지만, 대세는 “20대 국회는 다를 것 같다”는 반응이다. 정권 초반과 맞물렸던 국회인 19대 때 대선 공약을 취사선택하려는 정책 선별 행보가 펼쳐졌다면, 내년 대선 어젠다를 누가 먼저 잡을지 사활을 건 20대 국회는 파급력 높은 정책 쪽으로 확대되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란 관측에서다.

벌써 정당별로, 의원별로 시리즈 혹은 패키지 형태 입법 시도가 활발하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최고임금 상한도 30배율로 연동해 오르는 살찐고양이법으로 ‘협력경제’ 이슈를 선점한 심 대표는 6일 초과이익공유제 법제화를 시도하겠다고 발표하며 “살찐고양이법에 이은 두 번째 격차 해소 법안”이라고 소개했다. 박용진 더민주 의원 역시 재벌 계열 공익법인들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제한 효과를 노린 법안들을 두 달 연속 발표하며 “공익법인 바로 세우기 1~2탄 법안들”이라고 묶어 설명하고 있다.

기업들은 국회가 ‘시즌제 드라마’처럼 단계적으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노출하기에 입법 리스크가 더 커졌다고 호소했다. 한 대기업 임원은 “발의 단계에서 우리 사업과 무관하다고 생각했던 법안이 입법 시점이 되면 유탄 격으로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에 불안하다”면서 “법안별 적용 대상이 소수에 그치는 탓에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같은 협회 차원의 집단적 대응이 미진하다는 점도 불만”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살찐고양이법이 발의된 뒤 재계는 입법부와의 큰 시각차를 새삼 체감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대기업 측은 “만일 국내 기업들이 국내법에 묶여 높은 연봉을 제시할 방법을 차단당한다면, 기술인력을 빼가는 중국 기업들의 시도를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느냐”면서 “실적연동 성과급 체계, 글로벌 기업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국내 사정만 보고 만든 법이 글로벌 경영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질타를 받은 이는 옥중에서 고액연봉을 받은 재벌 총수들인데, 전문경영인이나 고급 인력에게 깎은 연봉만큼 배당을 늘리면 대주주인 총수 일가에 더 많은 부가 쏠릴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주현진 기자 hyun@seoul.co.kr
2016-07-0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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