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30여명 반도체소자 연구 교수, 지금은 2∼3명뿐”

“2000년대 30여명 반도체소자 연구 교수, 지금은 2∼3명뿐”

입력 2016-07-13 15:09
업데이트 2016-07-1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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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권오경 교수 “반도체 학계 위기…지원 늘려야 인재 키워”

“반도체 연구를 위해서는 재료뿐만 아니라 소자, 회로, 시스템 등이 필요한 데 특히 소자 연구는 대학에서 굉장히 힘듭니다. 설비가 굉장히 비싸기 때문인데, 지원이 줄다 보니 소자 연구를 하시는 분이 전국적으로 2∼3분밖에 없어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30∼40분은 됐죠.”

권오경 한양대 전자·전기공학과 교수는 13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현재 반도체 연구 학계가 처한 현실을 이렇게 전했다.

한국 경제의 ‘효자’ 산업으로 불리던 반도체 업계의 위기론을 뒷받침하는 전언이다. 미래 인재를 길러내는 현장에서는 가르칠 교수도, 배울 학생도 줄고 있다.

권 교수는 “연구비가 없어 교수들조차 다른 분야로 옮기는 경우가 많고 학생들도 이런 문제에 굉장히 민감해 대학원에 진학하는 수가 계속 줄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잘 나가는 교수 몇 분은 외국에서라도 연구비를 끌어올 수는 있지만 그 연구결과는 한국에 남는 게 아니라 외국으로 간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이 같은 고민을 수년간 정부와도 상의해왔지만, 눈에 띄는 소득을 얻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해당 부처는 문제를 이해는 하지만 결국 문제는 예산이었다”며 “가장 큰 벽은 예산 담당 부처나 국회에서 ‘대기업이 하는 산업을 왜 우리가 도와줘야 하느냐’는 논리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국 피해는 ‘인력 양성 문제’로 돌아온다”고 토로했다.

기업이 대학과 협력 차원에서 산학과제를 주기도 하지만 인력양성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신입사원을 입사 후 교육하기에 한계가 있으므로 결국은 국가에서 이를 양성, 보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끄는 ‘반도체 코리아’는 D램과 모바일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분야에서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70~80%를 점유할 만큼 압도적이다.

그러나 최근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이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며 추격, 현재의 입지가 얼마나 유지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권 교수는 “중국은 아직은 한국보다 3∼4년 정도 뒤처져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뭘 못하겠느냐”며 “마음만 먹으면 금세 따라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인력 문제와 관련, “한국 인재를 데려가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인텔이나 마이크론 등에 포진한 중국 인력이 많아 쉽게 구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관건은 고급 인력”이라며 “대학, 대학원에 우수인력이 와서 양질의 교육을 받고 산업 현장으로 진출해야 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권 교수는 반도체의 많은 분야 중에서도 한국이 경쟁 우위에 있지 않은 분야를 키워가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그는 “CPU, AP, 모뎀 칩, 센서 등 우리가 잘하지 못하는 부분을 넓혀가는 게 필요하다”며 “기업이 당장 미처 하지 못하는 부분은 정부 등이 미래를 보고 투자, 협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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