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문화’ 바꾼 편의점 도시락…매출 3배로 껑충

‘점심문화’ 바꾼 편의점 도시락…매출 3배로 껑충

입력 2016-09-19 09:27
업데이트 2016-09-1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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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 유통업체 홍보팀 사무실. 팀원 8명 가운데 매일 2~3명은 점심시간에도 밖에 나가지 않는다. 바로 옆 건물 1층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구입, 사무실에 모여 점심을 해결하기 때문이다.

이 팀의 ‘도시락 파(派)’ 일원인 정 모 씨(여·34세)는 “도시락으로 줄인 식사시간을 활용해 드라마를 보거나 부족한 수면을 보충한다”고 말했다.

서울 한 대학교 내 편의점은 요즈음 본사에 하루 도시락을 200개씩 주문한다. 이는 지난해 이맘때의 5배 수준이다. 점심시간만 되면 도시락을 사려는 학생과 교직원들의 줄이 늘어서는데, “학생식당 밥보다 도시락 먹는 학생이 더 많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특히 시험 기간에는 평소의 두 배인 하루 400개씩 주문해도 금세 동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편의점 도시락이 단순히 ‘히트 상품’을 넘어 직장인과 학생들의 점심 문화까지 바꿀 만큼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 올해 2.5~3배 ‘폭발’…“공급 버거울 정도”

19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도시락 매출은 이미 작년의 약 3배 수준까지 뛰었다.

편의점 씨유(CU)의 경우 지난해 12월 요리연구가 백종원 씨와 함께 기획·출시한 ‘한판도시락’, ‘매콤불고기정식’ 등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올해 8월까지 도시락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2.98배에 이르렀다.

CU의 도시락 매출 증가율은 ▲ 2012년 32.6% ▲ 2013년 51.8% ▲ 2014년 10.2% ▲ 2015년 65.8% 등 해마다 두 자릿수를 유지했지만, 1년 전의 3배 수준까지 급증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마침내 국내 편의점 역사 27년 만에 처음 올해 초 소주·바나나우유 등을 제치고 도시락이 매출 1위 품목(CU 기준)으로 등극했고, 9월 현재까지 CU 베스트셀러 1위 자리는 ‘백종원 매콤불고기 정식’이 지키고 있다.

GS25에서도 올해 들어 8월까지 도시락 매출이 작년 동기의 2.76배로 불었다.

1년 전만 해도 GS25 매출 상위 품목 10위권에는 도시락이 아예 없었으나, 올해 ‘김혜자 바싹 불고기’(4위), ‘마이홍 치킨도시락’(9위), ‘김혜자 진수성찬 도시락’(10위) 등 도시락 상품이 3개나 진입했다.

올해(1월 1일~9월 8일) 세븐일레븐 도시락 매출도 1년 전의 2.54배 수준으로 성장했다.

2013년~2014년 50%대였던 세븐일레븐 도시락 매출 성장률이 2015년 90%를 거쳐 올해 154%로 치솟은 것이다.

세븐일레븐 올해 베스트 셀러 순위에서도 ‘혜리 11찬 도시락’은 박카스, 레쓰비(커피음료) 등을 앞서 5위에 올랐다.

CU 관계자는 “날마다 점포들의 도시락 주문량이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하기 때문에 도시락 생산라인에서 물량을 대기가 버거울 정도”라고 전했다.

◇ 40~50대도 도시락 점심…‘다양·고급’에 주력

업계 관계자들은 ‘도시락 수요 폭발’의 배경으로 무엇보다 인구 구조상 스스로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1인 가구’ 급증 현상을 꼽는다.

실제로 지난 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520만)는 구성원 수로 구분한 가구 형태 가운데 가장 큰 비중(27.2%)을 차지했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3천~4천원대)과 치열한 경쟁 속에 개발된 다양한 메뉴 등도 장기 불황 속에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과거 삼각김밥 등 편의점 음식은 간단히 ‘때우는’ 간식 개념이었지만, 최근 편의점 도시락은 완전한 한 끼 식사로서 사랑받고 있다”며 “맛이나 양 등 품질이 워낙 좋아져 바쁜 일상 속 간편식을 찾는 1인 가구나 직장인, 학생들의 기호에 잘 맞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편의점 도시락의 수요층은 젊은 직장인, 학생에서 갈수록 중장년층으로까지 넓어지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CU 도시락 매출을 구매자 연령별로 나눠보면, 40대(19.7%)와 50대 이상(13.2%)이 32.9%를 차지했다. 이는 20대(31.4%)나 30대(26.7%)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2014년만 해도 40대 이상(40대 16%+50대 이상 11%)의 비중은 27%로 20대(34.1%)와 30대(29%)에 미치지 못했으나, 1~2년 사이 편의점 도시락을 스스럼없이 즐기는 중장년층이 크게 늘었다는 뜻이다.

이처럼 다양한 연령층과 직업군이 도시락을 찾자 업체들도 메뉴를 늘리고 품질을 높여 ‘요리’, ‘집밥’ 수준의 도시락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CU는 최근 치즈케이크 등을 넣은 ‘디저트 도시락’을 내놨고, 다음 달 부대찌개 도시락과 순대국밥 도시락을 리뉴얼(새단장·개선)해 출시할 예정이다.

GS25는 8월까지 여름 메뉴로서 1만원대의 고급 ‘민물장어 덮밥’을 판매했고, 지난달 말에는 라따뚜이·빠에야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전통 음식을 한 자리에 모은 ‘셰프의 도시락’까지 내놨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상반기 한국영양학회와 함께 칼로리(열량)는 적지만 7대 영양소를 고루 갖춘 ‘두부스테이크 샐러드 도시락’ 등 이른바 ‘웰빙 도시락’을 개발한 바 있다.

김정훈 BGF리테일 간편식품팀장은 “도시락 발주량이 9월 개강 이후 또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며 “지금 추세대로라면 2014년 2천억원 정도였던 편의점 도시락 시장 규모는 올해 두 배 이상인 5천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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