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신뢰야” 늑장공시 논란 한미 주가 하향세

“바보야, 문제는 신뢰야” 늑장공시 논란 한미 주가 하향세

백민경 기자
백민경 기자
입력 2016-10-04 10:59
업데이트 2016-10-0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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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 계약 취소보다 시장 신뢰 훼손에 더 큰 실망감

중요한 것은 계약 취소가 아니라, 신뢰 훼손이었다.

증권가가 ‘늑장공시’ 논란에 휩싸인 한미약품에 실망감을 나타내며 잇따라 목표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항암신약 기술수출 계약이 취소되면서 신약 개발 리스크(위험)가 부각된 것도 문제이긴 하지만 이를 투자자들에게 알리는 절차가 ‘호재 뒤 기습 악재 공시’라는 부적절한 방식으로 이뤄져 시장의 신뢰를 훼손한 것이 더 큰 악재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한미약품과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주가가 급락한 지난달 30일 공매도 세력이 1주당 최대 20%가 넘는 차익을 챙겼다는 추론도 제기된다.



4일 오전 9시35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한미약품은 전 거래일보다 11.81% 급락한 44만 8000원에 거래됐다.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도 13.42% 급락한 채 거래 중이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때 15.00%까지 떨어져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30일 개장 후인 오전 9시29분 독일 제약업체인 베링거인겔하임이 작년 7월에 사갔던 내성표적 항암신약(올무티닙)의 권리를 반환키로 결정했다고 통보해 왔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한미약품이 이 통보를 받은 것이 전날 오후 7시6분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늑장 공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오후 4시33분 미국 제약업체 제넨텍과의 1조원대의 또 다른 기술수출 계약에 성공했다는 호재성 재료를 공시했던 터라 이 재료만 보고 30일 개장 후부터 약 30분 동안 한미약품·한미사이언스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들은 순식간에 20%가 넘는 손실을 보게 됐다.

지난달 30일 한미약품 주가는 오전 9시 장 시작과 함께 전 거래일보다 5.48% 오른 65만 4000원(장중 최고점)을 찍었으나 30분 뒤 악재 공시가 나온 이후 큰 폭으로 추락해 오후 2시 35분 19.03% 떨어진 50만 2000원(최저점)을 찍어 변동폭이 24%에 달했다.

공매도 세력이 한미약품 주식을 최고가에 팔고 최저가에 되샀다면 1주당 15만 2000원의 차익을 챙겨 23.24%의 수익률을 올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팔고 나서 주가가 하락하면 낮은 가격에 사서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챙기는 투자기법이다.

이에 악재성 정보를 사전에 안 내부자 등 일부 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뛰어들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장의 혼란을 초래한 한미약품의 공시 등과 관련해 공시의 적정성과 미공개 정보 이용행위 등 불공정거래 여부를 면밀히 조사해 위법사실이 발견되면 신속히 상응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양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올무티닙’은 기대치가 높았던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이었지만 경쟁 파이프라인인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카그리소’의 우수한 임상 결과 발표가 예상돼 기술이 반환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로 신약개발의 리스크가 드러났다고 봤다.

서근희 대신증권 연구원은 “계약 반환은 글로벌 신약개발 과정 중 빈번히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한미약품의 경우 신약개발 성공에 대한 높은 기대감이 반영돼 있었기 때문에 계약 종료와 같은 악재에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한미약품의 이번 계약 취소 사태가 글로벌 신약개발을 위한 일종의 성장통으로 볼 수 있는 만큼 수출계약 취소에 따른 가치 하락보다는 늑장 공시 의혹으로 인한 신뢰도 하락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제넨텍과의 계약에 따른 신약가치는 1조원,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계약이 해지된 항암제 가치는 1조 3000억원으로 호재와 악재로 인한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변동 폭은 크지 않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장 마감 후 제넨텍과의 기술이전 계약 체결을 공시하고 바로 다음날 베링거인겔하임과의 올무티닙 기술수출 계약 해지를 발표해 불신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임상 중에 발생한 중대한 부작용이 이번 이슈 이전에 공론화되지 않았고 17시간의 시차를 두고 대규모 호·악재가 공시돼 시장에 혼란을 준 점은 신뢰성 측면에서 투자심리에 부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정보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자가 납득하기 어려운 공시 시점과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심리 약화로 당분간 한미약품의 주가는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신증권(100만원→70만원), 한국투자증권(84만원→79만원) 등 증권사의 목표주가 하향 조정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30일 “8번째 홈런” 등의 호평을 쏟아내며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던 증권사들도 1영업일 만에 도로 목표주가를 내려 잡았다.

유진투자증권도 100만원에서 109만원으로 높여 잡은 목표주가를 도로 74만원으로 내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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