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발 고용한파 본격화…수출·내수 동반침체 우려

제조업발 고용한파 본격화…수출·내수 동반침체 우려

입력 2016-10-12 10:03
수정 2016-10-12 10:0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수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경제에 고용한파로 인한 내수 위축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데다 현대차 파업,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 등이 겹치면서 제조업 고용 사정은 악화일로를 겪고 있다.

조선업 밀집지역인 부산·경남에는 태풍 차바 피해 등 예기치 못한 악재까지 겹치면서 지역 자영업자 경기를 위축시키고 있다.

이같은 고용한파는 가계소득을 감소시키고 이는 다시 소비 감소로 이어져 내수 경기 전반을 어렵게 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고용이 더 위축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추가 재정금융정책과 사회안전망 확충 등의 대책을 주문했다.

◇ 제조업發 ‘실업대란’ 우려 커진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제조업 부문 고용은 하반기 들어 3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고용시장 한파의 근원이 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주축인 제조업 부문 취업자는 지난 7월 6만5천명 줄어들면서 2012년 6월(-5만1천명) 이후 49개월만에 감소세로 반전했다.

이후 8월(-7만4천명)과 9월(-7만6천명)을 거치며 감소 폭이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영향도 본격화되고 있다.

관련 산업이 밀집해있는 부산과 경남, 울산의 9월 실업률은 1년 전보다 각각 1.4%포인트(p)와 1.1%포인트, 0.5%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부산은 2005년 9월(4.1%)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4%대 실업률을 기록하면서 고용 한파의 영향권에 들어섰다.

청년층 고용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청년실업률은 지난 9월 9.4%에 달해 같은 달 기준으로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고를 나타냈다.

청년실업률은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매달 동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운데 이어 고공비행을 지속하면서 좀처럼 개선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

여기에 최근 남부지방을 강타한 태풍 ‘차바’로 인한 피해,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 업계와 화물연대 파업,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생산중단 등 자연재해와 산업계 악재까지 겹치면서 당분간 일자리 사정은 악화일로를 걷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 고용 악화→가계소득 감소→소비 위축 악순환 우려

제조업발 고용대란이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미약하나마 회복세를 보이던 내수 경기 역시 다시 얼어붙을 것으로 우려된다.

고용은 가계소득의 원천이자 경제성장의 핵심요소다.

고용 사정이 나빠지면 실업자들은 소득이 사라지니 당장 소비를 줄이려 하고 실업자가 아니더라도 일자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 속에 지갑을 열지 않게 된다.

고용 악화가 가계소득 감소, 소비 위축으로 이어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면 전체 내수 경기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나 경제정책의 초점을 일자리 활력 제고에 맞추는 것도 이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이미 소득 감소에 따른 소비 부진에 발목이 잡힌 모습이다.

통계청의 2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명목 소득은 1년 전에 비해 0.8% 증가하는데 그쳤고,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0%로 제자리 걸음했다. 이에 따라 가계의 소비지출 역시 1년 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가계 평균소비성향은 작년 4분기 72.3%, 올 1분기 72.1%에 이어 2분기 70.9%로 떨어지는 추세다.

2분기 평균소비성향은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3년 1분기 이래 역대 최저 수준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고용 증가세는 평균소비성향이 가장 낮은 그룹인 50대 이상 고령층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어 소비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평균소비성향은 추가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 경제의 양대축 중 하나인 수출이 끝없는 부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내수마저 무너지면 우리 경제는 성장 동력을 잃고 표류할 수밖에 없다.

지난 8월 20개월 만에 반등하며 가까스로 상승세로 돌아섰던 우리나라 수출은 자동차 파업, 휴대전화 리콜 등 악재가 겹치면서 9월 5.9% 감소했다.

◇ 앞으로가 더 걱정…“경기부양책·사회안전망 확충 필요”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고용 한파가 이제 시작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글로벌 경기 침체, 제조업 공장의 해외 이전과 같은 구조적인 요인도 있지만 구조조정 가속화, 내수 부진과 같은 국내 요인도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조선, 철강, 전자 등 주력산업의 중국 이전에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실업률이 상승하고 있다”며 “청탁금지법으로 4분기에 내수가 침체되면 실업자는 더 늘어날텐데 이는 내년에도 지속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최근 고용상황은 구조조정 영향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은 작으며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조선·해운업 밀집지역인 경남, 울산, 부산 등의 실업률 증가세가 가파른 것은 구조조정 탓이기도 하지만 정책 실패에서 기인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정부가 은행에 손실을 떠넘기지 않기 위해 구조조정의 부담을 고용 조정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구조조정 정책이 실패하면서 동남권 지역의 실업률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꼬집었다.

고용 한파 요인이 복합적인 탓에 해결책도 제각각이었다.

김 교수는 “청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희망퇴직을 늘리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며 “거시정책으로는 재정금융정책을 추가로 펴 경기를 부양하는 방법이 있다”고 제언했다.

반면 주 실장은 “유동성이 너무 많이 풀려있고 시장이 이제 정부 정책에 반응하지 않는다”면서 재정통화정책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신 실업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조정을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해 대량 실업 사태가 빚어지는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조선업 같은 경우 이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모두 떠났다는 얘기가 있다”며 “남은 사람들을 위해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현대자동차 파업이나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 사태 등으로 협력업체가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도 크다”며 “이들 협력업체에 대한 실업 사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11월 5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이 미국 국민은 물론 전세계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각종 여론조사 격차는 불과 1~2%p에 불과한 박빙 양상인데요. 당신이 예측하는 당선자는?
카멀라 해리스
도널드 트럼프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