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 도입국의 고민..부동산값만 오르고 은행수익은 악화

마이너스 금리 도입국의 고민..부동산값만 오르고 은행수익은 악화

임주형 기자
임주형 기자
입력 2016-10-20 16:35
업데이트 2016-10-2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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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국가들이 부동산 과열과 은행권 수익성 악화로 고민에 빠졌다.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불황 탈출을 위해 모험적으로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의 역효과가 점차 확실하게 드러나면서 조만간 종료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일 국제금융센터의 ‘주요국 마이너스 정책금리 현황 및 전망’ 보고서를 보면, 유로존·스웨덴·스위스·덴마크·일본 등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지역과 국가는 일제히 주택 가격이 상승했다. 2014년 7월부터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 중인 스웨덴은 주택 가격이 21.4%나 올랐고, 유로존을 대표하는 독일도 ECB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 9.4% 상승했다. 덴마크와 스위스 역시 각각 7.3%와 2.3%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올해 1월부터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 중인 일본은 1.0% 올랐다.

ECB 양적완화
ECB 양적완화
반면 주식시장은 그다지 활성화되지 않았다. 스위스(-12.9%)와 일본(-4.2%), 유로존(-3.2%)의 주가는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 오히려 하락했다. 덴마크(17.6%)와 스웨덴(3.4%)만 주가가 상승했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환경이 좋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효과다.

마이너스 금리는 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를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수수료를 내는 제도다. 불경기에서 어떻게든 시중에 돈을 더 풀기 위한 일종의 궁여지책이다. 마이너스 금리 운용방식은 중앙은행에 따라 다르다. 유로존은 기준금리는 0%이고, 시중은행들이 ECB에 맡긴 예치금에 대해서만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한다. 스웨덴과 스위스는 기준금리도 마이너스 체제다.

마이너스 금리에선 은행들의 수익 악화가 불가피하다. 전통적인 영업방식인 예대마진(예금과 대출금리 차이)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유로존의 경우 대출 금리는 마이너스 금리 도입 당시 1.97%에서 1.22%로 0.75% 포인트 줄었으나, 예금 금리는 0.31%에서 0.09%로 0.22% 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유로존 은행들은 고객 이탈을 우려해 예금 금리를 마이너스로 떨어뜨리지는 못하고 있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는 마이너스 금리로 영업환경이 악화된 데다 거액의 벌금까지 받으면서 흔들리고 있다. 미쓰비시도쿄UFJ은행 등 일본 주요 은행도 최근 순익이 급감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마이너스 금리를 지지하던 ECB가 최근 부작용을 우려함에 따라 논란이 많았던 ‘실험적 정책’이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윤인구 국제금융센터 채권팀장은 “마이너스 금리가 부동산 등 실물성 자산시장의 과열만 야기시켰다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며 “미국 금리 인상과 함께 주요국 통화정책 차별화가 심화되고 글로벌 자금이 미국에 쏠릴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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