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수순’ 한진해운, 30년전 국제상사 공중분해 데자뷔?

‘해체수순’ 한진해운, 30년전 국제상사 공중분해 데자뷔?

입력 2016-11-03 12:16
업데이트 2016-11-03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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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에 돈 적게 내 법정관리 의혹에 금융당국 “터무니없다”

법정관리에 들어가 해체수순을 밟고 있는 한진해운의 몰락이 미르재단에 적게 돈을 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재계에서는 전두환 정권에 밉보여 공중분해된 국제상사를 연상케 한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1949년 설립된 국제상사는 ‘국민 신발’ 왕자표 고무신 등을 제조하며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1975년에 수출 1억달러를 달성한 데 이어 1977년에는 22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7위 그룹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1980년대 주력 업종인 신발 산업의 부진 속에 해외 건설·무역의 퇴조로 적자가 누적되고 용산 사옥을 신축하면서 자금난까지 겹쳐 1984년 부도를 냈다. 국제그룹은 결국 2년 뒤인 1986년에는 해체됐다.

방만 경영과 무리한 사업 확장, 친족 중심의 비능률 경영 등이 국제그룹의 몰락 원인들로 거론되지만, 주된 원인은 전두환 정권의 몽니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재계에서는 국제상사가 일해재단에 돈을 내지 않아 그룹 해체를 맞게 됐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일해재단은 1983년 아웅산 폭탄테러 유족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설립됐으나 전두환씨의 퇴임 이후 대비책 성격으로 변질됐다. 이 재단은 3년간 대기업들로부터 598억원을 걷었다.

미르와 K스포츠 재단처럼 당시 일해재단 모금에도 전경련이 앞장섰다. 이런 정경유착의 전모는 1988년 11월 국회의 5공 청문회를 통해 백일하에 드러나면서 전경련을 해체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당시 전경련 회장이었던 정주영씨는 “세상을 편하게 살자는 생각으로 냈다”고 돈을 낸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일해재단에 자금 출연을 하지 않은 국제그룹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같은 과거 사례 탓에 재계에서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을 미르재단과 연결시켜 보려는 시각이 있다.

이와 관련,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매출액과 비교해 적은 10억원을 미르재단에 냈는데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가게 됐다”며 “이는 돈을 조금밖에 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는 재계의 시각이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삼성이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200억원이 넘는 돈을 출연하고, LS나 두산도 15억원, 11억원을 냈는데, 한진이 10억원밖에 내지 않아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미운털이 박히게 되면서 한진해운이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는 게 재계에 떠도는 시나리오다.

해운업 구조조정을 주도해온 금융당국은 이런 의혹에 대해 “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을 미르재단과 연결지어 해석하는 관련 의혹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5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나게 된 사건과 겹치면서 마치 사실인양 받아들여지고 있다.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개인회사인 더블루K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스위스 건설회사 누슬리에 3천억대 평창올림픽 경기장 공사를 주라는 문화체육관광부 고위관계자의 압박에도 조 회장은 이를 거부한 채 대림건설과 수의계약을 하는 바람에 조직위원장직에서 하차하게 됐다는 얘기가 조직위 안팎에 나돌고 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 회장이 김종덕 당시 문체부 장관을 만났고 ‘그만 나오시라’는 말을 들은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그 이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아는 바가 없고 뚜렷한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관련해서는 할 수 있는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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