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가계빚(중)] ‘가계부채 뇌관’ 다중채무자 빚 413조… 별도의 긴급처방 필요

[위기의 가계빚(중)] ‘가계부채 뇌관’ 다중채무자 빚 413조… 별도의 긴급처방 필요

신융아 기자
신융아 기자
입력 2016-12-16 22:32
업데이트 2016-12-17 00:41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다중채무 전체 가계부채의 30% 넘어…금리 1%P 오르면 한계가구 143만명 저신용·저소득자 등 취약계층 충격 커

부실화 위험에 급격한 여신 회수보다
금융기관들 장기적 리스크 관리 시급


이미지 확대
# 경기도에서 택시운전을 하는 김모(32)씨는 3년 전 식당을 개업하는 형을 대신해 은행대출 4000만원을 받았다. 처음 6개월은 장사가 잘돼 형이 이자를 갚는 데 문제가 없었지만,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이자 납부가 조금씩 늦어지게 됐다. 급한 대로 현금서비스를 받아 돌려 막기를 했지만 연체 이자가 쌓이면서 점점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신용 등급까지 떨어져 더는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되자 김씨는 저축은행과 카드론, 캐피털, 대부업체 문을 차례로 두드렸다. 빚은 6000만원까지 불어났고 신용불량자라는 낙인까지 찍혔다. 올해 초 김씨는 신용회복위원회가 있는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찾았다.

김씨처럼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쓰는 다중채무자들이 가진 빚은 올해 9월 기준 413조 2000억원에 이른다. 전체 가계부채(1350조 8000억원)의 30%가 넘는다.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가까스로 이자를 갚아 나가는 이들의 숨은 더욱 가빠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오르면 일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저신용·저소득자들이나 다중채무자들이 제일 먼저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정부의 긴급 처방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지상욱 새누리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저축은행 채무자 10명 가운데 7명(92만명, 65.7%)이 다중채무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 대출을 받은 사람의 절반(60만명, 48.4%)도 다중채무자였다. 다중채무자 비중이 20% 수준인 은행과 대조적이다. 은행에서 대출이 어려운 저신용자들이 저축은행을 찾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가지고 있는 나머지 대출은 고금리 대부나 카드 대출 등 부채의 질이 더욱 안 좋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다중채무자들이 저축은행에서 빌린 돈은 지난해 말 11조 5000억원에서 올 9월까지 3분기 만에 23.5%(2조 7000억원) 껑충 뛰었다. 이는 올 들어 저축은행 대출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여신심사 강화 등으로 은행 대출이 어려워지자 대출수요가 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났고, 저축은행 대출자는 10만명이 늘었다. 일부 은행 대출자들이 ‘저금리 파티’를 벌이는 동안 은행을 이용 못하는 저신용자들은 독배를 든 채 제2, 제3금융권을 찾았던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다중채무가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금리가 1% 포인트 오를 경우 한계가구(금융자산보다 부채가 많고,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이 40%를 넘는 가구)가 134만 2000명(2015년 기준)에서 143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과 금융 자산을 다 팔아도 빚을 갚을 수 없는 부실위험가구는 5만 9000가구가 증가해 117만 3000가구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전체 가계부채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20%가 넘는다.

전문가들은 저소득·저신용 채무자들에 대한 별도의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계부채가 문제가 되는 것은 소득은 늘지 않는 상태에서 빚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저소득층과 저신용자들에게는 재정을 확대해 별도의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덴마크나 네덜란드 같은 북유럽 국가들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지만 공공 임대주택이나 사회 안전망이 잘 갖춰져 있어 부실 위험이 크지 않다면서 장기적인 대책도 주문했다. 지 의원은 “경제성장 둔화와 미국의 금리 인상, 여신심사 강화 등으로 가계부채 취약계층인 다중채무자들의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급격한 여신 회수보다는 연착륙을 위한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가 시급하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6-12-17 6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를 담은 ‘모수개혁’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을, 국민의힘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각종 특수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등 연금 구조를 바꾸는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모수개혁이 우선이다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