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법관의 부적절한 처신…‘삼성 홍보대사’ 자처 문자메시지

고위 법관의 부적절한 처신…‘삼성 홍보대사’ 자처 문자메시지

입력 2017-03-15 09:50
업데이트 2017-03-1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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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기 전 사장에게 수차례 연락…“법관윤리강령 위반” 지적

사법부의 고위 인사가 법원장 신분을 지닌 상태에서 삼성그룹의 대관(對官) 업무를 총괄하는 최고위 임원에게 수차례 문자 메시지를 보내 ‘삼성의 홍보대사’를 자처한 사실이 확인됐다.

고위 법관이 정부 규제 기관과 법원·검찰을 상대로 사실상 로비스트 역할을 하는 대기업 임원과 개인적인 연락을 주고받은 것만으로도 부적절한 처신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법조계와 재계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방법원장 재직 시절인 지난 2015년 12월께 수차례에 걸쳐 장충기 당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결정된 지 불과 5개월이 지난 시점으로, 삼성그룹 대관 조직이 사회 전반에서 어느 때보다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기다.

A씨는 장 전 사장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외부 특강을 하면서 삼성 노트와 Y링크를 사용하는데, 폰 화면이 그대로 빔프로젝터로 투사된다”며 마치 자신이 ‘삼성의 홍보대사’가 된 느낌이라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노트’는 삼성전자의 대화면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Y링크’는 스마트폰 화면을 PC 모니터 등에 띄울 수 있는 장치를 각각 가리킨다.

A씨는 또 자신이 현직 법원장임을 밝히고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에서 삼성전자의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 캡처 사진을 여러 장 노출한 뒤 장 전 사장에게 “삼성페이 화면을 슬쩍 소개했다”고 문자를 보냈다.

동영상 시청자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일부러 간접 광고처럼 삼성페이 화면을 삽입하고서 장 전 사장에게 생색을 낸 것이다. 앞서 ‘삼성의 홍보대사’를 언급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행동이다.

A씨가 장 전 사장에게 어떤 의도로 이런 문자 메시지를 보냈는지는 명확치 않으나, 불순한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법조계와 재계 안팎에서 나온다.

A씨는 장 전 사장에게 삼성전자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조언하기도 했다.

일례로 “스마트폰 간편결제 시장의 경쟁이 치열한데, 삼성페이가 가장 유리한 위치”라며 “삼성페이가 안착하려면 범용성을 갖추고, 카드사와 은행의 제휴를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장 전 사장이 A씨에게 어떻게 답신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A씨는 한때 대법관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유력 인사로, 현재도 법원장급 주요 보직을 맡아 근무하고 있다.

장 전 사장은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에서 2인자로 꼽힌 실세로, 이번에 비선 실세 최순실씨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특검에 의해 불구속 기소되면서 사직했다.

두 사람은 학연이나 지연 등으로 얽히지 않았고, 개인적으로 친분이 깊은 사이도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김창호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본부장은 이와 관련, “법원장으로서 법관윤리강령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관 업무를 총괄하는 대기업 임원과 사심이 있는 듯한 대화를 개인적으로 주고받는 것 자체로도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법관윤리강령은 ‘법관은 모든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사법권의 독립을 지켜나간다. 명예를 존중하고 품위를 유지한다. 공정성과 청렴성을 의심받을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는 그러나 장 전 사장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부인했다.

A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장 전 사장은 몇 년에 한 번 정도 보는 사이”라며 “특별한 친분은 없고, 평소 서로 연락하는 사이도 아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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