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사외이사 ‘구조적 한계’…재벌총수·CEO가 추천

유명무실 사외이사 ‘구조적 한계’…재벌총수·CEO가 추천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7-16 09:04
업데이트 2018-07-16 09:0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총수가 직·간접 영향력 행사…“정해놓고 형식적 절차만” 비판도

대기업 사외이사가 제 역할을 못 하는 것은 사외이사 선임 구조의 한계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사외이사 후보 추천 시 재벌 총수와 측근인 사내이사가 참여할 때가 많아 사실상 총수의 직간접적 영향권 안에 있기 때문이다.

16일 재벌 총수가 있는 대기업집단 26곳의 지주회사와 주력 계열사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린 2017년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보면 21곳은 재벌 총수나 그 일가, 혹은 최고경영자(CEO) 등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들어가 있다.

일부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사외이사를 추천한다.

이들 대기업 중 7곳은 재벌 총수가 직접 참여하고 14곳은 총수 자녀 혹은 사내이사인 CEO·임원이 포함돼 있다.

현대자동차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경우 구성원이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3명인데 사내이사는 정몽구 회장과 이원희 사장이다.

GS는 허창수 회장이 해당 위원회 소속이고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과 한국금융지주의 김남구 대표, KCC 정몽진 회장,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 OCI 이우현 사장도 재벌 총수가 포함된 경우다.

또 총수 일가인 효성 조현준 회장과 LS 구자열 회장도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때 위원으로 활동한다.

삼성전자(권오현 회장), SK(장동현 사장), LG(하현회 부회장), 롯데지주(황각규 부회장), 신세계(장재영 사장), 아시아나항공(김수천 사장) 등은 대표이사가 포함된 경우다.

이들 역시 재벌 총수가 참여하는 이사회에서 선임한 인물이 대부분이이서 사외이사 후보 추천 시 재벌 총수의 간접적인 영향력이 행사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재벌 총수가 직접 사외이사를 뽑기도 하지만 측근을 통해 영향력을 간접적으로 행사할 수도 있다. 결국, 경영진에 종속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일부 기업은 아예 사외이사를 정해놓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형식적 절차만 밟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위원장인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총수가 직접 들어가지 않아도 자신의 말을 잘 듣는 이사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어떤 기업은 회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 사외이사를 맡아달라고 이야기한 뒤 헤드헌터 단계부터 절차를 밟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말 그대로 눈 가리고 아웅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점을 고려해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금융회사의 경우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 과정에서 CEO를 배제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실제로 일부 기업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기도 했다.

한화와 두산, CJ 등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사외이사 3~4명으로만 구성돼 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최저임금 차등 적용, 당신의 생각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가 5월 21일 시작된 가운데 경영계와 노동계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최대 화두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입니다. 경영계는 일부 업종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한 반면, 노동계는 차별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