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겨진 사용후핵연료 포화시점… 건식저장시설 안 지으면 생길 일

당겨진 사용후핵연료 포화시점… 건식저장시설 안 지으면 생길 일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3-02-12 19:36
업데이트 2023-02-1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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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 저장 한계 수준… 영구처분시설과 차이점은

한빛원전 1년 빨라진 2030년 포화
한울 2031년·고리 2032년 줄포화
고준위 영구처분시설 2060년에야 가능
7년 뒤 포화시 원전 가동 중단 불가피
건식저장시설 없으면 원전해체도 불가
사용후핵연료 옮겨다놓을 장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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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면-사용후핵연료 예상 발생량
6면-사용후핵연료 예상 발생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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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진군 원자력발전소 신한울 1호기(사진)가 지난 7일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11일에는 전남 영광군 한빛 4호기가 재가동에 들어갔다. 서울신문DB
경북 울진군 원자력발전소 신한울 1호기(사진)가 지난 7일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11일에는 전남 영광군 한빛 4호기가 재가동에 들어갔다. 서울신문DB
원자력발전소 가동 뒤 나오는 사용 후 핵연료를 보관할 저장시설 포화 시점이 당겨졌다. 전남 영광군의 한빛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의 포화시점은 2030년, 경북 울진군의 한울원전은 2031년으로 1년씩 순차적으로 빨라진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7년 뒤 높은 열과 방사능을 가진 방사성폐기물을 저장할 장소가 없어 원전 가동을 순차적으로 중단해야할지도 모른다. 전력 수급 차질과 전기 요금 인상 후폭풍이 덮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고준위 방폐물 처분시설이 부지 선정부터 완공까지 37년이 걸린다고 밝혔다. 지금 당장 법이 국회를 통과해도 2060년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뜨거운 감자’지만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은 국회 처리에서 후순위로 밀려나 있다. 정부가 신속한 법 통과와 함께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유다. 건식저장시설은 영구 처분시설과는 어떻게 다를까.

사용후핵연료 발생량 79.4만 다발
계속운전 등 총 32기 15.9만 다발↑

1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사용후핵연료 포화시점이 당겨진 것은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을 적극 활용하기로 하면서 지난달 발표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서 계획기간 내 운영 허가 만료 설비의 계속 운전, 신한울 3·4호기 준공(각 2032·2033년), 원전 총 32기 가동(영구정지 원전 2기 포함) 등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재산정된 저장시설 포화시점에 따라 영구 정지에서 계속 운전으로 바뀐 부산 기장군 고리 원전은 조밀저장대(핵연료 간격을 줄여 전체 저장용량을 늘리는 장치) 설치시 2032년으로 1년 늦춰졌고 경북 경주시의 월성 원전은 2037년, 신월성 원전은 2년 당겨진 2042년, 새울 원전은 2066년으로 포화시점이 전망됐다.

사용후핵연료 예상발생량도 2021년 12월 추산 63만 5329다발에서 지난 1월 79만 3955다발로 1년새 15만 8626다발이 늘었다.

다시 말해 2030년 이후 쏟아질 방폐물 덩어리를 추가로 임시 보관할 장소가 필요해진 셈이다.
세아베스틸이 미국 오라노티엔에 납품한 사용후핵연료 운반·저장 용기
세아베스틸이 미국 오라노티엔에 납품한 사용후핵연료 운반·저장 용기
건식저장시설 미·일·독 22개국 운영중
전기 없이 지상서 무동력 자연 냉각
금속과 콘크리트 용기로 방사선 차폐
고리 수명연장 안해도 습식저장조 부족

산업부와 학계에 따르면 1970년대 개발된 건식저장시설은 33개 원전 운영국 중 24개 국가에서 건설·운영하고 있다. 원전 내에 건식저장시설을 운영하는 나라는 미국, 일본, 독일, 캐나다, 영국 등 22개국이다.

건식저장시설은 지상에서 약 25㎝ 두께의 금속과 콘크리트 용기 등으로 방사선을 차폐하고 전기가 필요 없는 무동력 자연대류로 냉각하는 방식을 쓴다.

전원공급과 무관하게 냉각기능을 유지할 수 있고, 용기별 격납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보니 자연재해나 인위적 재해에도 영향이 제한적이라는게 미국원자력규제기관 NRC의 결론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7.0 규모의 지진, 폭풍, 지진해일 등과 항공기 충돌 등 중대사고에도 안전하게 설계·건설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로써 차폐 공간을 둬야 하는 습식저장 방식과 달리 위로 쌓을 수도 있어 저장공간도 효율적이고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때에도 건식저장시설의 안전성은 유지됐다는 미국 과학한림원의 보고서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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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안전위원회가 9일 고리 원전 1호기의 영구 정지를 확정했다. 맨 오른쪽 둥근 기둥이 1978년 4월 29일 국내 최초로 상업운전을 시작했던 고리 원전 1호기. 연합뉴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9일 고리 원전 1호기의 영구 정지를 확정했다. 맨 오른쪽 둥근 기둥이 1978년 4월 29일 국내 최초로 상업운전을 시작했던 고리 원전 1호기.
연합뉴스
다만 건식 저장도 일정 기간 습식 저장을 통한 냉각이 필요하다.

지금은 원전 부지 내 격납건물 내 대형 수조에 물을 넣어 방사능을 차폐하고 전원공급을 통해 강제 순환 냉각하는 방식의 습식저장조를 운영하고 있다.

고리 원전의 경우 수명연장을 하지 않더라도 2030년 습식저장조가 포화될 전망이다. 건식저장시설이 확보되지 않으면 계속운전 신청이 들어간 고리 2~4호기와 신고리 1~2호기 운영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게 정부 판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극한의 사고상황을 고려할 때, 대량의 사용후핵연료를 습식저장조에만 저장하는 것보다는 전원 공급과 무관하게 냉각기능이 유지되고 용기별 격납하는 건식저장시설을 함께 독립적으로 관리하는게 더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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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사용후핵연료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영구처분장 건설 승인이 난 핀란드 올킬루오토의 ‘온칼로’ 지하연구시설 모습. 폭 3.5m의 동굴 터널 바닥에 10m 간격으로 핵폐기물이 밀봉된 캐니스터 원형 입구가 보인다.  올킬루오토(핀란드)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세계 최초로 사용후핵연료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영구처분장 건설 승인이 난 핀란드 올킬루오토의 ‘온칼로’ 지하연구시설 모습. 폭 3.5m의 동굴 터널 바닥에 10m 간격으로 핵폐기물이 밀봉된 캐니스터 원형 입구가 보인다.
올킬루오토(핀란드)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영구처분시설 지하 500m 완전격리
부지선정서 완공까지 37년 걸려
건식저장시설, 지상 설치 공기 단축

고준위 방폐물 영구처분시설은 인간의 생활권에서 완전 격리된 지하 500m 깊이의 터널에 처분공을 뚫어 수십 만년 이상 부식이 되지 않도록 설계된 처분용기를 밀봉해 거치한다. 여기에 완충재(벤토나이트)로 처분공을 채워 넣어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면 완충재가 이를 흡착해 생태계로의 이동을 차단한다.

국제에너지기구(IAEA)가 안전성과 경제성을 입증해 권고하는 방식으로 처분용기가 5㎝의 구리로 만들어져 100만년이 경과해도 부식되는 부분이 1㎝ 미만이고, 방사성물질이 유출되더라도 10만년간 이동거리는 100m 이내라는게 산업부 설명이다. 핀란드, 스웨덴은 압력에 강한 주철, 부식에 강한 구리로 만들어진 용기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영구처분 시설은 부지 착공부터 완공까지 37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건식저장시설은 지상에 바로 만들 수 있어 공사기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고준위방폐물 관리시설 부지선정 절차안 서울신문 DB
고준위방폐물 관리시설 부지선정 절차안
서울신문 DB
경북 울진군 북면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에 있는 신한울 1·2호기 전경. 2000년 장기전력수급계획에 따라 건설이 확정된 뒤 22년 만인 이달 7일 상업운전을 본격 가동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경북 울진군 북면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에 있는 신한울 1·2호기 전경. 2000년 장기전력수급계획에 따라 건설이 확정된 뒤 22년 만인 이달 7일 상업운전을 본격 가동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독일, 스위스 등 건식저장시설 주변
방사선량 자연방사선량과 차이 없어”

건식저장시설 영구 방폐장 변질 우려에
“고준위 특별법에 고준위 방폐장 확보해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반출 계획 명시”

지상에 건식저장시설을 설치하면 방사선 노출 위험이 커지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건식저장시설 주변 방사선량은 자연방사선량과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실제 월성 원전과 독일의 고어레벤 원전, 스위스의 쯔윌락 원전 주변 방사선량은 모두 시간당 0.1마이크로시버트(μ㏜) 이내로 국내 자연 방사선량(0.05~0.30μ㏜)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일각에서는 원전 내 건식저장시설이 결국 영구 방폐장으로 변질되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이미 고준위 특별법안에 고준위 방폐장을 신속히 확보해 원전 내 사용핵연료를 반출한다는 계획이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그동안 115회, 1000여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했고 앞으로도 소통을 지속할 것”이라면서 “시설 설치 방식, 지역지원 방안 등 주민 의견절차를 수렴해 확정할 것이며 고준위법에도 의견수렴의 방법과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건식저장시설이 없으면 장기간 고리 1호기 원전 해체도 어렵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고리 원전 내 습식저장조 용량은 8038다발인데 계속운전을 하지 않고 설계수명대로만 운영해도 1만 253다발의 사용후핵연료가 발생된다고 조사됐다.

원전 해체 과정에서 습식저장조에서 반출해야할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해야할 건식저장시설이 없다면 중간저장시설이 확보되는 부지선정 이후 최소 20년 동안은 원전 해체 착수가 불가능하다는게 정부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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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세계 최초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후보지로 선정된 스웨덴 외스트하마르시 포스마크 마을 전경(사진 위). 1980년대부터 원자력 발전소가 들어선 이곳에서 스웨덴 전력의 15%가 생산된다. 마을 주민들이 원전단지 내부의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아래). 바텐팔 제공
지난달 세계 최초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후보지로 선정된 스웨덴 외스트하마르시 포스마크 마을 전경(사진 위). 1980년대부터 원자력 발전소가 들어선 이곳에서 스웨덴 전력의 15%가 생산된다. 마을 주민들이 원전단지 내부의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아래).
바텐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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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원전 사용 후 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설치 규탄
고리원전 사용 후 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설치 규탄 탈핵부산시민연대가 9일 오후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리 핵발전소 내 사용 후 핵연료 건식저장 시설 설치를 확정한 한국수력원자력을 규탄하고 있다. 2023.2.9 탈핵부산시민연대 제공
세종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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