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은 없는 서민전세자금 대출

서민은 없는 서민전세자금 대출

입력 2011-02-16 00:00
업데이트 2011-02-16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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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연봉 변리사, 연봉 2900만원 아내를 가구주로…

변리사 김모(32)씨의 연봉은 7000만원이다. 하지만 그는 정부에서 연소득 3000만원 이하 근로자에게 지원하는 전세자금 대출을 받았다. 이유는 지난해 연봉 2900만원을 받은 아내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의 연봉을 합치면 ‘억’ 소리가 난다. “가구주를 아내로 바꿔 혜택을 받는 친구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대치동 3억 전세 살아도…

서울 대치동의 A은행 대출 창구. “서민근로자 전세자금대출을 받으러 왔는데요. 저희 아파트 보증금이 3억원이니까 6000만원까지 대출해 주세요.”라는 이모(36)씨. 그는 연소득 3000만원 이하인데도 불구하고 서울에서 가장 물가가 비싸다는 대치동 3억원짜리 전세 아파트에 살고 있어 주위를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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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부동산 전문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대출 이자의 일정 부분을 보전해 주는 서민근로자 전세대출제도가 취지에 맞게 자격 요건 강화와 보증금 한도를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구주 한명의 소득만으로 대출 대상을 정하고, 보증금 상한제도 없어 서민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도 대출을 받는 등 서민근로자 전세자금이 줄줄 새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지난 11일 정부는 전·월세 대책의 하나로 서민근로자 전세자금의 이율을 연 4.5%에서 4%로 내리고 지원의 폭도 전세보증금 70% 한도 내에서 6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확대했지만 대출자격 등은 손보지 않았다.

부동산1번지 박원갑 소장은 “정부에서 연소득 3000만원 이하의 근로자에게 지원하고 있는 전세자금 대출은 ‘복지’의 개념이 포함된 것”이라면서 “국민의 세금으로 이자의 일정 부분을 지원해 주는 만큼 대출자격을 엄격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이런 편법을 막으려면 연소득 3000만원 이하 무주택 가구주로 정해진 신청 자격을 신청 가구의 부부 합산 소득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부동써브 함영진 실장은 “대출 요건을 강화하고 연소득 기준을 올리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그래야 정말 전세대출이 필요한 틈새 계층이 정부 정책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연소득 제한을 5000만원으로 올리는 대신 부부 합산 소득으로 기준을 정하면 대출 신청자가 많이 늘지 않으면서 전세난에 고통받는 서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의 저소득 주택구입자금 지원은 부부 합산 소득으로 기준을 정하고 있다. 또 전세 보증금 상한제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은행 박합수 팀장은 “3억원 전셋집에 살면서 정부의 (서민근로자 전세자금 대출 지원) 혜택을 누리는 것은 문제”라면서 “정부가 정말 서민들의 전세난을 덜어 주겠다면 85㎡라는 면적 제한뿐 아니라 전세보증금 2억원 이하 등 보증금 상한선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2011-02-16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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