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 현금, 차 수백대로 이송
“전과정 CCTV 모니터링 등 시중은행 수송과 보안 격 달라”직원 1100명은 삼성본관 이주… 내년 6월부터 3년간 리모델링
내년 6월 말쯤 한국은행이 통째로 이사를 간다. 총재 등 본부 임직원 1100여명은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으로 가지만 지하금고에 보관된 현금 등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강남본부 등 수도권 지역본부로 간다. 수백억원의 현금이 실린 수송 차량 수백대가 내년 상반기에 한은 남대문로 본관을 떠나게 된다. 사람보다 돈이 먼저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한은 본관 지하금고에 보관 중인 화폐는 시중에 방출하기 전인 신권이나 회수해서 일시 보관 중인 미발행 화폐다. 한은 지하금고에 보관된 현금은 수조원가량으로 알려졌다. 이 현금은 특수제작된 화물 차량에 실려 이송된다. 한은 측은 “시중은행에서 쓰는 현금 수송차량과는 보안 수준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차량에는 수백억원가량의 현금이 실린다. 실제 2014년 설 당시 600억원의 현금이 차량 3대에 실려 금융기관으로 옮겨졌다. 내년 현금 운송 시에는 현금 운반차량 앞뒤로 무장경찰이 탄 경찰차량이 호위하고 건물 내외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통해 현금이 옮겨지는 과정이 모니터링될 전망이다. 실제 2012년 한은 제주본부가 신축건물로 옮길 때 이 같은 방식으로 현금이 옮겨졌다.
금은 없다. 한은이 보유한 104.4t의 금은 영국 중앙은행(영란은행)에 2004년부터 보관 중이다. 한은은 6·25 전쟁 당시 금을 부산으로 옮기다가 북한군에 약 260㎏을 빼앗겼다. 이후 특수금고가 설치된 대구경북본부에 보관하다 세계 금 시장이 발달한 영국으로 옮겼다.
한은은 1912년 일제가 건설한 구관(현 화폐박물관), 1932년에 지은 2별관, 1964년 건설한 1별관, 1987년 준공한 본관, 2005년 사들인 소공별관으로 구성돼 있다. 한은은 애초 별관 재건축을 먼저 진행하고 본관 리모델링을 하는 등 작업을 순차적으로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보안과 안전문제, 공사기간 단축 등의 이유로 3년간 건물 전체를 비우기로 했다.
2017년 6월에 지금 자리를 떠난 한은은 2020년 6월에 개·보수가 끝난 건물로 돌아오게 된다. 이즈음 현금 수송 작전도 다시 벌어진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2016-05-21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