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독립성 방안 조만간 국회 제출
펀드 피해자들도 체계 개편 찬성했지만
“전현직 연루·감독 태도부터 바뀌어야”
정부도 다시 공공기관 지정 가능성 커져
“금융위 반대 땐 힘들어… 내부서도 당황”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감독업무의 독립성 강화 방안을 마련해 조만간 관련 질의를 한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 등에게 보고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이 방안에 금융감독체계 개편 내용을 담을지, 예산·인력 운용 독립 방안만 담을지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원장은 지난달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예산, 조직, 인원 등에서 모두 금융위에 예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장 상황을 감독 집행에 반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 정책과 감독 기능을 금융위가 맡고, 감독 집행을 금감원이 하는 현재의 체계는 2008년 자리잡아 12년째 이어지고 있다. 정부 출범 초기 민주당 정책연구소는 금융위의 정책기능을 기획재정부로, 감독기능을 금감원에 이관하고 소비자 분쟁과 민원을 담당하는 금융소비자보호기구를 만드는 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금융산업 진흥, 산업에 대한 감독이 동시에 이뤄지다 보니 정책이 어긋나는 경우가 있다. 두 가지 기능이 분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순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정부부처 하나로 금융감독위원회를 설치해 감독 정책과 집행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융정책과 감독·집행뿐 아니라 감독기관이 민원·분쟁조정 기능을 맡는 것도 재검토하는 등 종합적인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금융위와 금감원의 엇박자로 사각지대에 방치됐던 사모펀드 피해자들도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찬성했다. 다만 사건 때마다 불거지는 금감원 전현직 직원의 연루 의혹, 안일한 감독 태도 등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경임 신한금융 피해자연합 공동대책위원회 대표는 “금감원은 이미 금융사에 대한 감독기능을 상실했다. 금감원을 퇴사하면 금융기관이나 법무법인으로 이직해 민원 창구로 활용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의환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 대책위원회 상황실장은 “금융감독체계 개편 이후에는 감독기구의 운영과 집행을 국회 등이 직접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감독 부실 지적뿐 아니라 전현직 직원 연루 의혹까지 받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금감원을 다시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커졌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예산 집행 현황 등을 항목별로 상세하게 공개하는 등 정부의 관리·감독이 강화된다. 금감원 직원은 “감독체계 개편은 정부조직 개편과 맞물려 있어 금융위 등에서 반대하면 추진이 쉽지 않다”며 “예민한 시기에 독립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직원들도 적잖이 당황했다”고 전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20-11-10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