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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점수도 인플레… 은행대출 900점 넘어야

신용점수도 인플레… 은행대출 900점 넘어야

신융아 기자
신융아 기자
입력 2024-04-23 03:32
업데이트 2024-04-23 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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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신용대출 평균 900점
950점 넘는 초고신용 1315만명
‘신용사면’ 영향에 점수 올라가
은행들 변별력 위해 심사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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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신용점수 900점 이상의 고신용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웬만한 고신용자도 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실정이 됐다. 950점이 넘는 초고신용자의 비중도 전체의 27%에 달하면서 최근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자 평균 점수는 모두 900점대로 나타났다.

22일 은행연합회 공시를 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개 시중은행의 지난달 신용대출 신규 취급액의 평균 신용점수는 907~937점(KCB 기준)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평균 신용점수 902~936점보다 조금 더 오른 것이다. 1년 전만 해도 신용대출 차주의 평균 점수가 800점대인 은행도 있었지만, 최근엔 5개 은행이 모두 평균 900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은행 대출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가 올라간 것은 금융 이용자들의 신용점수가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이른바 ‘신용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지난해 말 KCB 신용점수별 인원 비중을 보면 전체 4953만 3733명 가운데 43.4%(2149만 3046명)가 900점이 넘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950점이 넘는 초고신용자도 1315만명에 달했다.

5년 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해 900점대 신용자는 427만여명, 비중은 7.1% 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중금리 대출 우대가 적용되는 하위 50% 기준도 860점 이하에서 이달부터 865점 이하로 상향 조정됐다.

고신용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개인이 쉽게 신용점수를 올릴 방법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신용평가업계는 입을 모은다. 정부는 통신비, 국민연금 납부 내역 등 비금융 정보를 신용점수를 올리는 데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이후 두 차례의 ‘신용사면’을 통해 약 520만명이 신용 혜택을 본 것도 평균 점수를 올리는 데 영향을 줬다.

다만 신용점수가 높아졌다고 해서 실제 신용도가 더 좋아졌다고 보긴 어렵다. KCB 신용점수별 불량률(향후 1년 내 90일 이상 장기연체가 발생할 가능성)을 보면 2018년 말 900점대 차주의 불량률은 0.11%에서 2022년 말 0.19%로 5년 사이 0.08% 포인트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전체 불량률 역시 1.42%에서 1.50%로 0.08% 포인트 증가했다. 즉 점수는 올랐지만 실제 신용도는 더 떨어진 것이다.

결국 은행에 고신용자들이 몰리면서 은행들은 차주들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심사를 더 까다롭게 할 수밖에 없다. 은행 관계자는 “수능이 쉬워 커트라인이 높아진 것과 같다. (은행이) 스스로 문턱을 높인 것은 아니다”라면서 “신용점수 외에도 다양한 자료를 가지고 심사하는데 최근 고금리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거나 체력이 떨어지면서 은행에서 탈락하는 차주들이 많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신융아 기자
2024-04-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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