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하듯 모니터 보며 노천 철광 채굴

게임하듯 모니터 보며 노천 철광 채굴

김소라 기자
김소라 기자
입력 2018-11-26 23:08
업데이트 2018-11-27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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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지분 투자 濠로이힐 광산 르포

대형 화면 8대 보며 조이스틱 버튼 조정
트레일러 움직이며 드릴로 13m 깊이 파
폭파 후 굴착기가 흙 치우자 철광석 나와
189㎢에 철광석 23억t 매장… 호주 최대
전용철도 이용 항구까지 수송도 최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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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필바라 지역에 있는 로이힐 광산 관리동에서 직원이 모니터 앞에 앉아 조이스틱으로 드릴 기기를 조종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드릴 기기에 위치추적장치(GPS)를 부착하고 원격 조종하는 방식으로 땅에 구멍을 뚫고 폭약을 넣어 땅을 파내는 작업을 전면 무인화했다. 포스코 제공
호주 필바라 지역에 있는 로이힐 광산 관리동에서 직원이 모니터 앞에 앉아 조이스틱으로 드릴 기기를 조종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드릴 기기에 위치추적장치(GPS)를 부착하고 원격 조종하는 방식으로 땅에 구멍을 뚫고 폭약을 넣어 땅을 파내는 작업을 전면 무인화했다.
포스코 제공
지난 20일 방문한 호주 북서부 필바라 지역의 로이힐 광산에서 처음 마주한 광경은 헬멧을 쓰고 광석을 캐는 광부가 아니라 모니터 앞에서 조이스틱을 조종하는 직원이었다. 광산 관리동에서 만난 광산 직원 해미시는 대형 모니터 8대를 앞에 두고 마치 게임을 하듯 조이스틱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모니터 화면 속 노천 광산에서는 트레일러가 이리저리 움직이며 드릴을 땅에 심어 길이 13m가량의 구멍을 냈다. 구멍 안으로 폭약을 넣어 땅을 파내고 굴착기가 흙을 걷어 내자 붉은 철광석 원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2년 전 GPS 장착 드릴로 구멍 파기 무인화

로이힐 광산에서는 2016년부터 위치추적장치(GPS)를 장착한 드릴 장비를 도입하기 시작해 올 들어 총 9대를 투입, 구멍 뚫는 작업을 무인화했다. 모니터에는 드릴이 땅을 뚫고 들어가는 속도와 뚫어 낸 깊이, 지반의 강도 등 각종 정보가 실시간으로 그래프로 그려졌다. 해미시가 하고 있는 일은 약 6m 간격으로 총 1087개에 달하는 구멍을 뚫는 작업이다. 직원 1명이 드릴 기기 4대를 맡아 이 작업에는 고작 두 명이 투입된다. 해미시는 “무인화 이후 드릴 기기 한 대당 작업량이 14%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로이힐 광산은 서호주의 주도(州道)인 퍼스에서 비행기로 2시간 거리인 뉴먼 공항에서 다시 버스로 2시간을 달리면 닿는 곳에 있다. 189㎢ 면적에 매장된 철광석이 23억t에 달해 단일 광산으로는 호주 최대 규모다. 필바라 지역에서 생산되는 철광석의 철 함량은 61%로 높은 편이며, 인 성분이 0.04~0.05% 정도로 낮아 품질이 좋기로 이름나 있다. 중국과 일본 등의 주요 철강사들이 호주의 철광석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 포스코는 2012년 로이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로이힐 홀딩스의 지분 12.5%를 14억 9000달러(약 1조 5000억원)에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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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필바라 지역에 있는 로이힐 광산에서 생산된 철광석이 기차에 실리는 모습.  포스코 제공
호주 필바라 지역에 있는 로이힐 광산에서 생산된 철광석이 기차에 실리는 모습.
포스코 제공
●철광 트럭 운반 과정도 원격조종 전환 추진

로이힐 광산에서는 1차 산업인 광산에 정보기술(IT)이 결합한 ‘스마트 마이닝’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었다. 매일 아침 드론을 띄워 광산 전체를 점검하고 폐쇄회로(CC)TV 40대가 광산 곳곳을 촬영한다. 광산에서 수집된 모든 데이터는 퍼스에 있는 로이힐 오퍼레이션센터로 전송돼 센터에서 실시간 생산량과 작업량을 관리한다. 광산에서 생산한 철광석을 344㎞ 길이의 전용 철도를 통해 포트헤들랜드 항구로 수송하는 과정에도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활용해 열차 운행을 최적화하는 기술을 적용한다. 광산에서 캐낸 철광석 등을 트럭으로 실어 나르는 작업도 내년에는 GPS를 통해 원격 조종하는 무인화로 전환될 예정이다.

●내년부터 연간 사용량의 26% 철광석 확보

포스코가 로이힐에 투자한 2012년 이후 글로벌 철광석 가격이 급락하면서 포스코의 로이힐 투자는 한때 ‘실패’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로이힐 프로젝트가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하면서 포스코의 투자도 빛을 보게 됐다. 2015년 11월 포스코 광양제철소로 수출된 철광석의 첫 선적이 이뤄진 지 2년여 만인 지난 4월 연간 550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체제가 구축됐다. 포스코는 내년부터 연간 총사용량의 26%에 달하는 1500만t의 철광석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필바라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2018-11-2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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