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원 ‘갓성비’ 세종청사 식당에 찬바람 왜 [관가 블로그]

4000원 ‘갓성비’ 세종청사 식당에 찬바람 왜 [관가 블로그]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입력 2024-01-24 03:26
업데이트 2024-01-24 03:2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설익은 당면에 단무지 웬 말”
6년째 가격 동결에 품질 부실
상반기 설문 거쳐 인상 예고

이미지 확대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 9동(보훈부) 구내식당에 나온 4000원짜리 장칼국수. 맛은 괜찮았지만 양이 적어 먹고 나서도 허전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 9동(보훈부) 구내식당에 나온 4000원짜리 장칼국수. 맛은 괜찮았지만 양이 적어 먹고 나서도 허전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차라리 도시락으로 때우지 구내식당은 안 가요.”

“먹고살자고 일하는데 단무지 반찬은 너무하잖아요.”

한 끼에 4000원 하는 극상의 가성비에도 정부세종청사 구내식당이 외면당하고 있다. 커피 한잔 값에 많은 걸 바랄 순 없지만 헛헛한 밥을 매일 먹으며 일할 순 없다는 것이다. 한 공무원은 “오독오독 씹히는 덜 익은 당면, 건빵튀김이 반찬으로 나온 뒤론 구내식당에 발길을 끊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고용노동부 구내식당에선 12시 반쯤 고작 23명이 밥을 먹고 있었다. 반면 같은 가격인데도 ‘맛집’으로 소문난 산업통상자원부 구내식당엔 ‘원정 식객’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원성이 자자한데도 품질을 올리지 못하는 건 2019년부터 6년째 4000원에 묶인 가격 탓이다. 행정안전부 정부청사 관리본부 관계자는 23일 “인건비와 재료비를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는 데다 큰 업체도 손털고 나갈 정도로 운영이 간단치 않다”며 “그런데도 급식 업체들이 발을 빼지 않는 건 청사 식당 운영 이력이 민간 구내식당 입찰 때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풀무원, 본푸드서비스, 한울이 세종청사 구내식당을 위탁 운영했으나 현재는 풀무원, 본푸드서비스만 남았다. 중소업체 보호 차원에서 2020년부터 대기업 입찰을 제한한 데다 지방 중소업체들은 자재·인력 조달 경쟁력에서 밀리다 보니 특정 중견업체 몇 곳이 번갈아 낙찰받고 있다.
이미지 확대
기획재정부가 입주한 청사 중앙동은 다른 동과 달리 한끼에 4500원을 받고 있다. 세종 이영준 기자
기획재정부가 입주한 청사 중앙동은 다른 동과 달리 한끼에 4500원을 받고 있다.
세종 이영준 기자
청사관리본부는 상반기 중 위탁 운영 업체, 공무원들의 의견을 물어 가격을 올릴 예정이다. 한끼 4500원이 유력하다. 청사관리본부 관계자는 “세종청사가 가격을 올리면 다른 청사 구내식당 가격도 줄줄이 오를 수 있어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선 기획재정부 등이 입주한 중앙동 구내식당부터 가격을 4500원으로 올려 반응을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가격을 올려도 석 달만 지나면 품질이 다시 떨어질 수 있다”며 “한 달에 한 번 ‘암행 감찰’을 나가 구내식당 밥을 먹고, 형편없으면 점주를 불러 개선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2024-01-24 10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