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축소에 글로벌시장 쇼크…韓경제 발목잡나

양적완화 축소에 글로벌시장 쇼크…韓경제 발목잡나

입력 2013-06-13 00:00
업데이트 2013-06-1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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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조정과정, 당분간 불안 계속”정부 “걱정할 상황 아니다…경기회복 노력”

각국의 주식시장이 급락하고 외환시장에서 달러화가 이탈하는 등 세계 금융시장이 다시 요동치면서 하반기 경기 턴어라운드를 기대해온 한국 경제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금융불안은 특히 아시아존에서 두드러져 재정난에 빠진 유럽을 대체해 한국산 제품의 수출 버팀목 역할을 해온 아시아 경제가 동반 침체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다우존스 지수는 사상 최대치 기록을 연일 갈아치웠고 아베노믹스로 무장한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는 작년 10월 이후 두배 가까이 치솟았던 점과 비교하면 정 반대의 현상이 빚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불안요인은 당분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회복에 안간힘을 쓰는 새 정부 경제팀으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다만 당장 이에 대한 가시적인 조치보다는 시장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급격한 변동시 충격을 완화하는 미세조정을 취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 美 출구전략 가능성에 신흥국 ‘풀썩’

세계 금융시장 불안의 싹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과 아베노믹스에 대한 실망감에서 텄다.

5월 20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연내 출구전략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전세계에 풀려 있던 달러화가 미국으로 회귀하고 있다. 신흥국에서의 탈출속도가 두드러진다.

돈줄이 마르면서 주식과 외환시장이 악영향을 받는 것이다.

논란의 한 가운데에 선 일본 증시는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 13일 일본니케이225지수는 12,445.38로 전일 대비 6.35% 급락 마감했다.

아베노믹스로 승승장구하며 5월23일 15,942.60을 찍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는 상황이다.

코스피는 3거래일 연속 뒷걸음질치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수는 전날보다 27.18포인트(1.42%) 하락한 1,882.73으로 장을 마쳤다. 이는 작년 11월 19일(1,878.10)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대만 가권지수는 2.03% 내린 채 장을 마쳤다.

전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26.79포인트(0.84%) 떨어진 14,995.23에서 거래를 마쳤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하면 글로벌 금융시장에 흩어졌던 돈이 미국으로 다시 들어가 신흥개발국의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본부장은 “지금까지 진통제를 맞고 살았는데 진통제를 끊어버린다고 하니 시장이 반발하고 있다”고 풀어 얘기했다.

그는 “비정상적인, 비전통적인 정책인 아베노믹스로 경제를 정상화하려 한데 따른 진통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일본 교역비중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10~20%에 달하는 아시아 주요국의 주식·외환시장은 엔화 급등락에 민감하게 반응중이다.

◇ 당분간 변동성 지속 가능성

문제는 이러한 불안심리는 당분간 쉽게 가라앉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미국이 당장 출구전략에 나서지 않더라도 연내 시행할 가능성이 큰 만큼 시장의 큰 흐름이 바뀌기 어렵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쏟아져 나온 돈다발이 다시 금고로 회수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

강동수 본부장은 “그래도 큰 틀에서 보면 감내할만한 범위에서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 최근 움직임이 비정상적이었다고 보기 힘들다. 당연한 조정이다”고 해석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미래시장연구실장은 “시장이 흔들리는 게 단기적인 현상은 아니고 1년 이상은 계속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정부도 이러한 인식에는 큰 차이가 없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시장의 흐름이 바뀌는 타이밍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금융시장 문제가 가뜩이나 침체에 빠진 한국경제에 당장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아직 금융시장의 문제고 심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이 하반기까지 이어지면 실물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정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출구전략에 나선다는 것은 미국경제가 회복한다는 긍정적 신호지만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투자심리가 나빠지고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한국은 국내 자금보다는 해외자금의 유동성 변화에 충격을 많이 받는다”며 “한 번 충격을 받으면 오래갔다. 더욱이 북한리스크가 있어 한국 금융시장은 디스카운트되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 정부 “일단은 지켜보자”…시장 안정 조치 필요성도

최근 각종 부양책을 내놓으며 경기회복에 안간힘을 쓰는 새 정부 경제팀은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가 그동안 하반기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은 이런 상황을 얘기한 것”이라며 “지금은 과민반응할 필요 없다. 우리가 취할 조치도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불확실성의 본질은 양적완화 종료인데 그건 결국 미국 경제가 좋아졌기 때문”이라며 “유동성 위기로 볼 수 없고 그냥 과도하게 공급된 유동성이 빠지면서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앞장서 무엇을 하기보다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에 따라 미세조정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미국을 시작으로 금리가 오르면 우리 실물경제의 개선속도를 그에 맞출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 이게 우리나라 하반기 경제운용의 핵심이다”고 덧붙였다.

금융시장 변동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지금까지 추진해온 체력비축과 내수 활성화에 힘을 쏟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는 얘기다.

강동수 본부장도 “정부가 지금 자잘한 한 것에 힘을 빼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다만 이정훈 선임연구원은 “출구전략이 조기 시행되면 세계경제의 성장동력이 약해져 우리 경제에 악재로 작용하는 만큼 미국의 출구전략 움직임을 면밀히 파악해 시장안정조치를 취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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