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블로그] 거래소 “내년 예산 30% 감축”… 이례적 보도자료 왜

[경제 블로그] 거래소 “내년 예산 30% 감축”… 이례적 보도자료 왜

입력 2013-12-13 00:00
업데이트 2013-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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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아침 한국거래소는 예정에 없던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했습니다.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30% 이상 줄이는 등 초긴축 경영에 들어가겠다는 게 골자입니다. 거래소가 자체 예산 편성 관련 자료를 낸 것은 처음입니다. 여기에는 거래소가 공공기관 방만 경영의 상징처럼 부각되면서 그동안의 숙원이었던 공공기관 지정 해제가 무산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짙게 배어 있습니다.

정부는 하루 전인 11일 거래소를 포함한 20개 공공기관을 방만 경영 중점관리 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거래소는 1인당 연간 복리후생비가 1488만 9000원(최근 3년 평균)으로 295개 공공기관 중 압도적인 1위입니다. 자회사인 코스콤(증권전산)도 연간 1213만 1000원으로 3위입니다. 거래소와 코스콤은 내년 1월 말까지 방만 경영 해소 대책을 정부에 제출하고 내년 3분기까지 이행 실적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 결과에 따라 심하면 기관장 해임까지도 불사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입니다.

그런데 거래소는 내년 1월 말 중요한 심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거래소를 공공기관 지정에서 해제할지 여부를 결정할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가 열립니다. 다양한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脫)공공기관’을 위해 거래소가 그동안 얼마나 발벗고 뛰어왔을지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지난 10월 취임한 최경수 이사장은 기회만 나면 공공기관 해제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정부의 발표는 거래소를 패닉(공황)으로 몰아가기에 충분했을 것입니다. 거래소를 방만 경영 공공기관 리스트의 맨 첫머리에 올려놓은 정부가 스스로 공공기관 지정을 해제하며 규제의 연결고리를 끊을 것으로 생각하기는 상식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날 보도자료 배포와 관련해 “최 이사장의 지시로 긴축 예산안을 만들어 다음 주쯤 언론에 알릴 계획이었지만 기재부의 발표로 더욱 급하게 자료를 배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과연 내년 1월 거래소는 공운위로부터 어떤 결과를 통지받게 될까요.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2013-12-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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