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초저출산 탈출/육철수 논설위원

[씨줄날줄] 초저출산 탈출/육철수 논설위원

입력 2013-01-28 00:00
업데이트 2013-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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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가임기간 중 낳을 수 있는 자녀 수)은 낮아도 탈이지만 높아도 골치 아프다.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중국의 산아제한정책인 일태제(一胎制)는 ‘악명’이 높다. 2001년부터 시작된 이 제도 탓에 어느 대학 교수는 4년 전 둘째 아이를 낳은 ‘죄’로 벌금(사회부양비) 24만 위안(4300만원)을 물고 교수직까지 내놓았다. 중국이 2011년에 이 제도 위반으로 거둔 벌금만도 279억 위안(5조 2000억원)이라고 한다. 그러니 벌금을 물지 않으려고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헤이하이쯔(黑孩子)가 수천만명에 이른다는 게 이해된다. 최근 출산율이 1.5명까지 떨어져 미래의 노동력과 고령화에 대비해 이 제도를 없애자는 주장이 거세지만 중국 정부는 여전히 못 들은 척한다.

인도는 현재 출산율(2.6명)로 미루어 오는 2025년이면 중국 인구를 앞지를 것이라고 한다. 그때쯤 인도 인구는 13억 9600만명, 중국은 13억 9400만명으로 예측된다. 그게 걱정이었는지 인도는 일찌감치 1970년대에 강력한 산아제한정책을 폈다. 가정에 콘돔을 나눠주거나 강제로 정관수술도 실시했다. 하지만 국민의 강력한 반발에 흐지부지됐고, 인도 정부는 여태 산아제한에 대해서는 입도 뻥끗 못하고 있다.

출산율을 높이려고 장려금을 쏟아붓는 우리나라의 처지에서 중국과 인도는 이해 못할 나라다. 반면에 아이를 낳아도 제대로 먹여 살리지 못하는 에티오피아(출산율 6.0명)·나이지리아(5.4명) 같은 국가를 보면 그 나라 지도자와 국민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출산율이 1.3명을 기록했다고 한다. 초저출산(1.3명 미만)을 11년 만에 탈출했다며 나라가 떠들썩하다. 지난해는 ‘흑룡띠’의 해인 데다, 전년도에 결혼이 급증해서 나타난 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출생아 수는 49만여명으로 추산돼 2007년 ‘황금돼지띠’ 해(당시 출산율 1.25명)와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지난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저출산·고령화위원회’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과 위원들의 얼굴엔 모처럼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세금을 쏟아 출산 장려에 성공한 스웨덴은 출산율을 0.5명 높이는 데 11년, 덴마크는 27년이 걸렸단다. 이런 나라들은 가족 정책에 국내총생산(GDP)의 3~4%를 예산으로 쓴다는데, 우리는 고작 0.8% 수준이다. 그러고도 11년 만에 초저출산을 벗어난 게 대견하다고나 할까. 30년 후엔 출산율을 1.8명으로 높여야 안정적인 인구 규모를 유지한단다. 바야흐로 국민행복시대도 열린다니까 젊은 세대의 분발을 기대해 보자.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13-01-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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