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위기의 프로농구가 사는 길/임주형 체육부 기자

[오늘의 눈] 위기의 프로농구가 사는 길/임주형 체육부 기자

입력 2013-03-13 00:00
업데이트 2013-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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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프로농구 출범 이래 가장 큰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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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형 체육부 기자
임주형 체육부 기자
1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프로농구연맹(KBL) 사옥에서 사과 성명을 발표한 한선교 총재의 표정은 착잡했다.

한 총재는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으로 강동희 전 동부 감독이 구속된 데 대해 고개를 숙였다.

한 총재는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으며 환부를 도려내고 새 살을 돋게 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이번 사태와 관련된 당사자는 물론 앞으로도 스포츠의 근본을 뒤흔드는 승부조작에 대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불관용 원칙 아래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다짐했다.

KBL은 대대적인 제도 개혁도 예고했다. 13일 오전에도 이사회를 열어 신인 드래프트와 자유계약(FA) 제도를 손질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현재 정규리그 7~10위 팀은 1순위 지명 확률을 23.5%씩 부여받고, 3~6위 팀은 각각 1.5%에 불과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훨씬 유리하다. 때문에 ‘져주기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오는 10월 드래프트에는 김종규와 김민규, 두경민 등 ‘경희대 3인방’으로 불리는 대어급들이 쏟아져 일부 구단이 1순위 지명권을 노리고 일부러 낮은 순위를 차지하려 한다는 의심을 부채질했다.

KBL은 3~10위 구단에 1순위 지명 확률을 똑같이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10월 드래프트때부터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이를 앞당기는 방법까지 논의될 전망이다.

KBL은 또 FA 제도를 손질, 원 소속구단에 대한 보상을 줄이고 선수가 팀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란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2011년 프로축구를 시작으로 지난해 프로야구와 프로배구에서도 승부조작이 적발됐지만, 당시 KBL은 “농구는 조작이 불가능하다”며 수수방관했다. 강 전 감독 사태가 터진 뒤에야 각 구단을 통해 실태 파악에 나섰고, 뒤늦게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시즌 막바지만 되면 상위팀이 하위팀에 덜미를 잡히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못 본 척 넘어가는 일이 많았다. 그것이 승부 조작 시비를 키운 측면이 있다. 강 전 감독이 승부조작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2011년 2~3월 4경기는 모두 어느 정도 순위가 결정된 상황에서 치러졌다.

그런데도 KBL은 “져주기를 밝혀낼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다가 의혹이 불거질 대로 불거진 지난달 말에야 각 구단에 공문을 보내 최선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한 총재가 앞장서 실토할 정도로 프로농구는 큰 위기를 맞고 있다. 팬들의 발걸음은 뚝 끊겼고, 시청률은 프로배구에 밀리고 있다. 환부를 도려내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도려내지 않으면 치명상이 된다. 제도 변경과 선수들의 처우 개선도 중요하지만, 농구계 전반에 번진 도덕 불감증을 척결하는 게 우선이다. 뼈저린 반성과 신뢰 회복만이 팬들의 발길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hermes@seoul.co.kr

2013-03-1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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