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대기업 변종 SSM 논란/김학준 메트로부 차장급

[오늘의 눈] 대기업 변종 SSM 논란/김학준 메트로부 차장급

입력 2013-03-29 00:00
업데이트 2013-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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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영업을 제한하자 유통기업이 대응 카드를 내놓았는데 그 수법이 교묘하다.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에브리데이리테일은 최근 SSM인 ‘이마트 에브리데이’와 별개로 ‘이마트 에브리데이’(상품 공급점)를 등장시켰다. 둘은 상호뿐 아니라 이마트 유통 시스템을 통해 물건을 공급받는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후자의 경우 간판 한 귀퉁이에 ‘상품 공급점’이라고 쓰여 있는 정도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상품 공급점은 SSM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기존 SSM이 관련 규제 때문에 의무휴업일을 지켜야 하고 영업 시간 제한을 받는 반면 상품 공급점은 제한에서 자유롭다. 상품 공급점은 유통산업발전법상 개인사업장으로 분류돼 SSM과 같이 규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SSM 영업 제한에 소송 등으로 맞서며 고민하던 기업 측에서 보면 대단한 ‘묘수’다. 법망을 어떻게든 빠져나가 골목상권을 장악하려는 집요함이 느껴진다. 아니면 대형마트나 SSM이 영업을 하지 않는 날이나 시간대에도 시민들이 값싼 물건을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진심 어린 배려(?)일까.

변종 SSM으로 인해 정부가 추진해 온 골목상권 보호정책이 옆구리를 찔린 격이지만 현재로서는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태다. 경기 부천시는 상품 공급점이 SSM과 ‘초록 동색’이라고 보고 산업통상자원부에 유통법 위반 여부를 질의했지만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하지만 중소 상인들은 대기업의 ‘꼼수’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 슈퍼마켓 운영자는 “대형마트나 SSM 신설이 벽에 부딪히자 기업이 머리를 굴려 상품 공급점이라는 변종을 탄생시켰다”면서 “명칭도 같고 대기업을 통해 물건을 공급받는데 명의만 개인사업자라고 해서 SSM과 무엇이 다르냐”고 항변했다. 경제 민주화가 시대적 화두로 등장한 시점에서 대기업이 편법까지 동원해 집요하게 골목상권을 파고드는 현실이 과연 바람직한지 의문스러운 상황이다.

kimhj@seoul.co.kr

2013-03-2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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