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일베가 걱정스럽다/윤창수 정책뉴스부 기자

[오늘의 눈] 일베가 걱정스럽다/윤창수 정책뉴스부 기자

입력 2013-05-24 00:00
업데이트 2013-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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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수 정책뉴스부 기자
윤창수 정책뉴스부 기자
얼마 전 회사의 같은 부서원끼리 모인 저녁 회식 자리에서 놀란 일이 있다. 역시 회식을 온 듯한 옆자리 남성 7~8명의 대화 주제가 다름 아닌 성매매였다. 어디 가면 가격이 얼마고, 어디 가면 값이 싸다는 이야기를 신나서 떠드는 그들의 표정에는 성매매가 불법이란 인식조차 없어 보였다.

요즘 ‘인터넷 극우의 온상’으로 지탄받는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일베) 저장소에는 3대 공적이 있다. 바로 ‘종북좌파’ ‘전라도’ ‘여성’이다. 전라도 사람들을 ‘홍어’라며 대놓고 비하하는 일베 이용자들은 강간을 모의하거나 성추행 경험담을 올리는 등 여성을 비롯해 자신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권은 안중에도 없다. 일베 이용자들이 저질 악플러만이 아니라는 것도 문제다. 검사, 의사, 대학교수 등이 일베 이용자라며 인증(공무원증 등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것)하는 것이 일베의 유행일 정도다.

전쟁 중 위안부가 필요했다는 망언으로 국제적 손가락질을 받는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 등 일본 극우파에 대해 ‘침묵’만 한다는 비판을 듣던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성매매가 필요악이라거나, 성매매 금지 특별법 때문에 성폭력이 늘었다고 주장하는 일부의 주장과 일본 극우파의 주장은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국제적인 외교 문제는 외교부가 담당하지만, 여가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있는 주무 부처로서 침묵만 한다는 비난에 결국 22일 대변인이 일본 정부의 반성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 등의 언행은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인격 모독이자 역사 왜곡으로, 과거사를 진심으로 반성하라는 내용이다.

2004년 제정된 성매매 방지 특별법은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심리 과정 중이다. 성매매를 하는 여성의 자기결정권,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는 것이 성매매 방지 특별법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다. 이들의 논리는 성매매로 돈을 버는 사람들의 이익을 대변할 뿐이다. 누가 자신의 인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성매매를 하고 싶은데, 성매매가 불법이라 직업의 자유가 없다고 이야기하겠는가.

물론 하시모토 시장이 살아남으려고 한 망언처럼 우리도 베트남전에서 위안소를 이용했던 것을 사죄부터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리고 전쟁 중에 위안소를 운영하는 것과 제국주의 국가가 피지배국가의 여성들을 납치해 성노예로 활용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므로 하시모토의 물타기 망언에 휘둘려서는 안 될 것이다.

12년 전 일본의 교과서 왜곡을 반대하고, 일본군 성노예 전범을 국제법정에 세웠던 일본 여성운동가 마쓰이 야요리를 인터뷰했다. 마쓰이는 당시 “정치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데다 미래가 불투명해 일본 청년들이 극우주의로 빠져들고 있다. 애국심을 강조하면 청년들은 쉽게 동화되어 버린다”고 우려했다. 아사히신문 기자였던 마쓰이는 2002년 간암으로 사망했다. 그때 마쓰이가 했던 걱정을 일베에서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이 개입했다고 주장하는 한국 젊은이들을 보면서 하지 않을 수 없다.

geo@seoul.co.kr

2013-05-2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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