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사교육 정상화는 수능에 달렸다/오일환 보훈교육연구원 원장

[기고] 한국사교육 정상화는 수능에 달렸다/오일환 보훈교육연구원 원장

입력 2013-07-08 00:00
업데이트 2013-07-08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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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환 보훈교육연구원 원장
오일환 보훈교육연구원 원장
서울대가 2015학년도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수능시험)부터 한국사를 필수 응시과목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서울신문 7월 2일자>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 들린다. 서울대는 원래 한국사 교육을 강화하고 장려한다는 취지에서 솔선하여 2005학년도부터 한국사를 수능 필수 응시과목으로 지정해 왔다. 그렇지만, 2005학년도에 수능 한국사 응시자 비율이 27.7%에 달했던 것이 해가 거듭될수록 계속 줄어들더니 급기야 2012학년도에는 6.7%, 2013학년도에는 7.1%로 감소했다. 더욱이 2014학년도에는 수능 사회탐구 영역의 선택과목이 세 과목에서 두 과목으로 축소되기 때문에 한국사 선택 비율이 더욱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서울대 측은 한국사가 서울대 지망생만 듣는 과목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오히려 나머지 학생들의 한국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떨어졌다고 판단하고, 아예 수능시험에서 한국사 선택 의무화를 폐지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서울대의 방침 변경이 한국사 교육의 약화와 부실화를 더욱 부채질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는 점이다.

학교교육 과정에서 한국사 교육이 푸대접을 받게 된 주 원인은 의심할 바 없이 수능시험에서 한국사를 선택과목으로 전락시킨 데 있다. 대학입학을 마치 생명처럼 여기는 우리의 사회풍토 속에서, 한국사가 타 과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부해야 할 범위가 넓고 내용이 방대한데, 불이익을 당할 줄 뻔히 알면서 한국사를 선택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문제는 학교교육에서 한국사 교육이 외면당할 경우 민족정체성 형성에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주지하다시피 한 국민이 가지는 민족정체성은 체제정체성과 함께 국가정체성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사실 모든 국가의 역사는 제각기 민족혼을 담고 있다. 그렇기에 역사 교육은 역사관 정립을 통해 민족정체성의 뿌리를 다지는 핵심적인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 사람이 ‘대한민국 정체성’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마땅히 한국사 교육에 큰 비중이 두어져야 한다. 우리의 교육 환경과 문화를 고려해 볼 때, 한국사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는 바로 수능시험에서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그러할 때, 학교당국·학생·학부모 등 교육 주체들이 한국사 과목에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될 것이고, 비로소 학교 교과과정에서 한국사가 바로 서게 될 것이다.

근년 들어 일본과 중국의 역사 왜곡이 부쩍 심화돼 가고 있는 상황을 지켜볼 때, 지금처럼 한국사 교육이 푸대접 받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필경 치열한 ‘역사전쟁’에서 참담한 패배를 당하고 말 것이다. 아무리 정보화·세계화 시대라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환경은 여전히 약육강식, 즉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공간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정치사회와 시민사회 모두 정신 바짝 차리고 한국사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할 이유다. 자라나는 새 세대에게 역사적 진실에 입각하여 한국사를 제대로 가르치는 것은 당대의 책무요, 대한민국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확실한 투자다.

2013-07-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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