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 동북아와 동남아/정해문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글로벌 시대] 동북아와 동남아/정해문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입력 2013-09-30 00:00
업데이트 2013-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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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동남아’ 하면 세계인의 뇌리에 금방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동북아는 대립과 갈등의 역사 수레바퀴가 멈춤 없이 계속 돌아가고 있는 모습을 연상케 하는 반면, 동남아는 모범적 지역협력으로 냉전구도를 청산하고 통합의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마침내 2015년 아세안 공동체 출범을 목전에 두고 있어 국제사회의 부러움을 사는 이미지가 아닐까. 동아시아 역내 두 소지역인 동북아와 동남아가 보여주는 대조적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동북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정해문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정해문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동북아 개별 국가 차원에서 볼 때 경제규모가 중국, 일본이 각각 세계 2위, 3위이며 한국은 무역규모 기준 세계 8위로 모두 경제 대국이자 주요 20개국(G20) 회원국들이다. 그만큼 국제 무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차지하는 나라들이다. 하지만 동북아 국가 간 지역 협력은 소위 ‘아시아 패러독스’ 현상으로 일컬어질 만큼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양자관계 악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금년 5월 서울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중·일 관계 악화로 연기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동북아 다자 협력이 양자 관계의 부침에 영향을 받지 않고 순항할 수 있도록 동남아 국가들의 다자와 양자 분리 지혜를 배워야 될 것이다.

아세안은 최근 태국-캄보디아 국경분쟁을 철저하게 양자 분규로 한정하고, 지역 협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분리하여 대응하였다.

현재 동아시아에는 아세안+1, 아세안+3(한·중·일), 동아시아정상회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아세안확대국방장관회의 등 역내 지역협력구도가 아세안을 중심으로 다층적으로 짜여져 있다. 유엔-아세안 포괄적 파트너십에 따라 매년 아세안 의장국에서 개최되는 유엔-아세안 정상회의는 국제사회에서 높아진 아세안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동아시아 지역협력의 최종 목적은 동아시아 공동체를 출범시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내 양대 축인 동북아와 동남아가 각각 제 몫을 담당해야 한다. 그래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미완의 동북아 통합은 미완의 동아시아 통합을 의미한다. 지금껏 동북아는 개별 구성국 국력의 총화에 버금가는 역할을 해오지 못하고 있다. 동북아 지역협력의 확대·심화는 그 자체로서도 지정·지경학적 차원에서 매우 중요할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협력을 명실상부한 ‘평화·번영·발전’의 공동체로 이끌어 가는 데도 필수적이다.

동서 냉전 종식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 받는 ‘헬싱키 프로세스’의 동북아판을 만들어 낼 수는 없을까? 신뢰의 결핍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동북아 문제는 신뢰의 회복에서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추구하는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이 ‘아시아 패러독스’의 벽을 허물어 나가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진정성을 갖고 이해 당사국을 설득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세안이 지난 50여년간 걸어온 여정처럼, 동북아 역내 협력과 신뢰회복이 선순환 구도 속에서 계속 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우리 외교가 창의적 가교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동북아 ‘신뢰의 공동체’가 점진적으로 형성될 때 수준 높은 동북아 통합과 나아가 동아시아 통합을 내다볼 수 있을 것이다.

2013-09-3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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