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반고 선생님들 마음부터 세워야/전상훈 광주 첨단고 교장

[기고] 일반고 선생님들 마음부터 세워야/전상훈 광주 첨단고 교장

입력 2013-09-30 00:00
업데이트 2013-09-30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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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훈 광주 첨단고 교장
전상훈 광주 첨단고 교장
눈 말똥말똥 뜨고 선생님과 눈을 맞추며 공부를 공부답게 하고 있는 학생은 한 반에 4~5명이나 될까. 공부하기 싫지만 대학을 가기는 해야겠기에 마지못해 힘겹게 버티는 학생이 15~16명. 나머지 학생들은 꿈도 희망도 없는 스스로의 삶을 위로해 주는 게 오직 잠자는 일뿐이라고 체념한 듯 엎드려 있다. 이 기막힌 교실풍경을 바라보노라면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아니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너무 아프다.

한 아이라도 더 깨워서 공부시키려고 호통을 치거나 일으켜 세워 벌을 주는 것도 한두 번. 수업태도를 바로잡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뺏길 수 없어, 하고자 하는 학생들만 데리고 수업을 진행해 보지만 도무지 신명이 나지 않는다. 명문대 진학률 하나로 학교 교육의 총체적 성과가 저울질되는 현실에서 다가오는 수능 시험일을 생각하면 마치 형장의 계단을 오르는 죄수의 심정인 우리 선생님들. 어깨에 드리워진 무력감의 그늘이 너무 짙다.

교육부는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자율화·다양화, 일반고 학생을 위한 진로직업교육 확대, 일반고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 강화, 자율고 제도 개선 및 특목고 지도감독 강화 등의 4대 중점과제를 설정하고 각 시도 권역별 공청회를 열어 최종안을 10월 중에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차제에 일반계고교 교장으로서 느끼는 소회와 제언 몇 가지를 피력해 보고자 한다.

우선, 학교 현장에 뿌리 깊게 자리한 ‘자율권의 변칙적 남용’에 대한 우려이다. 교육과정 필수이수 단위를 현행 116단위에서 86단위로 줄여 단위학교의 다양한 특성이 반영된 자율적 교육과정 운영의 여지를 넓혀주겠다고 하지만, 대학입시에 절체절명으로 매달려야 하는 현실에서 국·영·수 과목을 강화하는 등의 교육과정 변칙 운영의 충동을 뿌리칠 학교가 과연 몇 개나 될지 의문이다.

다음은, 향후 4년간 학교당 평균 5000만원씩을 교육과정 개선지원비로 지원한다고 하니 일반계고교로서 일견 기대되기도 한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교육 현안이 돈이면 다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재정 지원 만능주의’로 인해 자칫 본질의 왜곡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교육당국은 교육과정 자율화, 재정 지원 확대 등도 좋지만 지금 일반고에 근무하는 선생님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져 있음에 더 주목해야 한다. 위기의 공교육을 살려내고, 공부하기 싫은 학생들을 일으켜 세울 사람은 선생님들밖에 없다. 현재와 같은 열악한 근무조건, 최악의 교수-학습 조건 속에서 그들에게 무조건적 희생과 봉사만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인사상의 우대, 전문성 신장을 위한 다양한 연수기회 부여, 수업부담의 경감과 같은 사기진작 조치들이 뒤따라야 한다.

다음은 학교장에게 그 책무에 상응하는 인사권을 강화해 주어야 한다. 일반고의 심각한 학력저하, 위기학생 증가로 갈수록 어려워지는 생활지도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우수교원 확보가 필수적이다. 학교장이 소신을 가지고 유능한 인적 자원 유치를 통해 단위학교 책임경영을 추구하고 성공적인 학교 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2013-09-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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