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의 아침] 중국 보시라이당 창당/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중국 보시라이당 창당/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입력 2013-11-14 00:00
업데이트 2013-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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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중국은 헌법상으론 다당제 국가이다. 1949년 집권한 공산당은 그러나 다른 정당의 창당을 국가전복 시도로 간주해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 집권 이전에 설립된 8개 정당만이 법적 지위를 인정받고 있다. ‘중국국민당혁명위원회’(民革), ‘중국민주동맹’(民盟), ‘중국민주건국회’(民建), ‘중국민주촉진회’(民進), ‘중국농공민주당’(農工黨), ‘중국치공당’(致公黨), ‘중국구삼학사’(九三學士), ‘타이완민주자치동맹’(臺盟)이 그들이다. 당원은 4000명(臺盟)에서 15만명(民盟) 정도이다. 이들은 독립 정당이라기보다 공산당에 협조하는 외곽단체 성격이 강해 중국 다당제를 합리화하는 구실을 제공한다.

당 주석(대표)의 면면을 보면 더욱 그렇다. 완어샹(萬鄂湘) 민혁 주석은 최고인민법원 부원장, 장바오원(張寶文) 민맹 주석은 농업부 부부장, 천창즈(陳昌智) 민건 주석은 감찰부 부부장, 옌쥐안치(嚴?琪) 민진 주석은 상하이 부시장, 천주(陳竺) 농공당 주석은 위생부장 등을 각각 거친 전인대 부위원장들이다. 완강(萬鋼) 치공당 주석은 과학기술부장, 한치더(韓啓德) 구삼학사 주석은 베이징대 상무부총장, 린원이 대맹 주석은 전인대 부비서장 등을 각각 지낸 정협 부주석들이다. 장차관을 역임한 이들이 당대표를 맡고 있으니 야당의 역할을 기대하기에는 애시당초 물 건너간 셈이다.

부패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받고 복역 중인 보시라이(薄熙來)를 지지하는 정당이 결성됐다는 소식이다. 외신에 따르면 그를 종신 주석으로 추대한 ‘즈셴당’(至憲黨)이 6일 창립됐다. 보시라이는 충칭(重慶)시 당서기를 지내는 동안 ‘창훙다헤이’(唱紅打黑·사회주의노선 견지 및 범죄·부패 척결)와 공평한 분배정책을 실시해 신좌파 ‘영웅’으로 떠오르며 최고 지도부 진입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공안국장의 미국 총영사관 도주 사건으로 실각했다.

‘헌법이 최고의 권위를 가진다’는 뜻의 즈셴당은 경제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창당 주역 왕정(王錚) 베이징경제관리직업학원 교수는 11일 “보시라이 사건은 형사상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문제인 만큼 이를 정치적으로 풀기 위해 정당을 만들었다”면서 교사와 은행원을 중심으로 입당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보시라이당의 앞날은 지극히 불투명하다. 우선 중국 정부가 활동을 허용해줄 가능성이 매우 낮다. 반체제 인사 쉬원리(徐文立)가 1998년 중국 민주당을 설립하려다 미국으로 추방당했다. 더 중요한 점은 빈부격차와 부패문제 등에 대해 얼마나 진정성 있는 개혁 청사진을 제시해 중국인의 지지를 이끌어내느냐다. 소수 좌파의 ‘일장춘몽’으로 끝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 사회도 통합진보당을 둘러싸고 시끄럽다. 해산 심판이 청구된 진보당의 행보가 그간 일반 국민 정서와는 괴리가 너무 컸다는 지적이다. 진보정당을 표방해 온 진보당이 실제론 ‘북한 노동당의 하부조직 역할을 해왔다’는 국민 인식을 바꾸지 못하는 한 해산결정 여부와 관계없이 정당의 생명은 사실상 끝난다. 이들 정당의 운명이 주목된다.

khkim@seoul.co.kr

2013-11-1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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