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파독 간호사 50주년, 그들의 희생을 기억하며/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특별기고] 파독 간호사 50주년, 그들의 희생을 기억하며/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입력 2016-05-23 18:16
업데이트 2016-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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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가족을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한 채 독일로 떠난 덕수. 그곳에서 한국 간호사 영자를 만나 서로 의지하고 사랑을 키운다. 머나먼 타국에서 오직 가족만을 생각하며 고된 일을 참아 낸다. 2014년 말 개봉한 영화 ‘국제시장’의 줄거리이자 평생 가족만을 생각하며 단 한번도 자신을 위해 살아 본 적 없는 우리 부모님들의 이야기다.

우리나라가 독일에 간호사를 파견한 지 올해로 50년을 맞는다. 1960년대 우리나라는 극심한 실업난을 겪었다. 경제개발 정책에 따라 막대한 외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1966년 정부는 실업 문제를 해소하고 외화를 벌고자 해외에 인력을 파견했다. 10여년간 우리나라가 독일로 파견한 간호사만 1만여명에 이른다.

이분들이 낯선 땅 독일로 건너간 1966년은 우리나라 수출액이 2억 5000만 달러에 불과한 때였다. 파독 간호사가 10년간 국내로 송금한 돈은 1억 달러로 1966년 수출액의 약 40%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우리 간호사들이 독일에서 흘린 땀과 눈물은 한국 경제 발전과 희망의 밑거름이 됐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지난 21일 독일의 작은 도시 에센에서 간호사 파독 50주년을 기념하는 ‘재독 한인 간호협회의 파독 간호사 50주년 행사’가 열렸다. 필자는 이 뜻깊은 행사에 우리나라 정부를 대표해 참석했다. 이번 50주년 행사는 1966년 우리 간호사들이 낯선 독일에 도착한 이래 지금까지 역사를 돌아보고 미래를 다짐하는 소중하고 감동적인 자리였다.

꽃다운 나이에 독일로 가셨던 분들은 이제 연로한 할머니가 됐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이분들은 여전히 조국을 사랑하고 계셨다. 비록 삶은 고단했으나 한국의 가족들에게 월급을 보내며 외롭고 힘든 생활을 이겨 냈다고 했다. 독일에서의 봉사활동 경험을 살려 노인을 위한 복지사업을 하고 싶다는 분도 있었다. 이분들에게서 ‘우리도 다시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와 격려를 얻었다. 동시에 낯선 타국에서 힘겨운 세월을 보낸 간호사들에게 이제 우리가 따뜻한 손을 내밀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흔히 독일은 선진국으로 복지정책이 잘 갖추어져 있어 살기에 어려움이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아직도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이 많다. 파독 근로자 출신인 한인 동포의 평균 연령은 60~70대이다. 20대 중후반에 독일로 건너가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연금 납부 기간이 짧아 독일의 빈곤계층에 해당하는 800유로 이하의 연금을 받으며 빈곤하게 생활하고 있다.

특히 파독 광부 중에는 직업 특성상 진폐증 등 중증 환자가 많지만 언어적 문제로 독일 정부가 운영하는 수발보험서비스와 현지 의료인의 도움을 받는 데 제약이 있어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젊었을 때는 지하 깊숙한 곳에서 육체노동만 했고, 주로 한인 교민 간 집단생활을 해 현지어를 습득할 기회도 적었다. 파독 간호사보다 재취업률과 은퇴 연령이 낮아 미혼으로 홀로 사는 노인이 대다수다.

정부는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 공헌에 걸맞게 예우하고 지원하고자 다양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분들의 노고와 희생을 기념하기 위한 역사적 재평가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독일에서 파독 광부와 간호사를 만나 간담회를 하고 헌신과 희생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재외 교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생활밀착형 영사서비스 제공과 차세대 동포들의 교육환경 개선을 약속했다.

보건복지부도 파독 근로자 출신 교민의 건강 증진을 위해 2013년부터 재독 한인 간호협회를 통해 방문 수발 간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업 첫해인 2013년에는 71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올해는 150명으로 지원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앞으로 사업이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방침이다.

영화에서 덕수는 아내 영자에게 이렇게 편지를 보낸다. “내는 그래 생각한다. 힘든 세월에 태어나가 이 힘든 세상 풍파를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기 참 다행이라꼬….”

이제 우리가 소박하게나마 이분들의 수고에 보답해야 할 때다. 이번 파독 간호사 50주년이 이분들의 헌신과 희생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2016-05-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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