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미래에 대한 책임/홍기준 한화케미칼 사장

[CEO 칼럼]미래에 대한 책임/홍기준 한화케미칼 사장

입력 2010-05-31 00:00
업데이트 2010-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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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0여년간 인류의 삶 전반을 지탱해주던 석유가 바닥나면 과연 우리의 생활은 어떻게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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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준 한화케미칼 사장
홍기준 한화케미칼 사장
석유 생산량이 일정한 시점에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부터 급격한 공급 부족을 겪을 것이라는 점은 더 이상 가정이 아닌 실제 상황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가 석유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 같다.

미국의 격주간지 포브스의 수석기자인 크리스토퍼 스타이너는 ‘석유종말시계’라는 책에서 유가가 싼 상황을 등에 업고 발달한 현재의 우리 생활은 석유 고갈에 따라 많은 변화를 겪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그는 항공 산업이 쇠퇴하고 기차가 주요 운송수단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자동차의 개념도 완전히 바뀌어 전기차가 대세를 이루고, 자동차를 이용한 장거리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할 것으로 봤다. 자동차의 도움으로 교외로 확대됐던 도시 공간도 다시 도심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대형 마트는 사라지고 지역의 소규모 가게들이 힘을 얻고, 글로벌화 측면에서는 다시 소규모의 지역주의로 바뀔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변화가 우리의 행복을 축소시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사람들은 더 많이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등 몸을 더 많이 움직이게 돼 예전보다 더 건강해질 수도 있다. 지역사회에서 사람 간 친밀감은 더해져 참여하는 문화 생활의 기회가 확대될 것이다.

그나마 이같은 미래상을 상상할 수 있는 것도 석유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 체계가 가동되기 때문에 가능해진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도 저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평범한 27세의 미국 청년 빌은 4층 건물에 살고 있다. 이 건물은 사실 20세기 초반에 지어진 낡은 건물이지만 곳곳에 최첨단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사용하는 온수와 전기의 절반은 이 건물의 지붕과 위쪽 벽에 설치된 태양전지판으로부터 얻는다….”

사실 이 같은 미래 전망과 상상은 이제 책이나 영화 속에서만 그려지는 모습이 아니다. 고갈되고 있는 기존 에너지를 대체할 분야에 대한 투자가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면서 태양광과 풍력, 조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우리 생활의 일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는 태양광의 경우 독일과 이탈리아, 체코 등 유럽을 중심으로 미래 에너지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독일은 말 그대로 태양광 발전의 ‘열풍’ 지역이라고 할 수 있하다. 2009년 말 기준으로 전세계 태양광 발전설비 중 49.2%가 독일에 집중돼 있다. 독일에서는 태양전지판을 마당에 세운 가정집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세계 최대의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사우디아라비아도 ‘포스트 오일’ 시대에 대비해 신재생에너지 찾기에 나서고 있다. 오일산업에서 탈피해 산업 다변화를 꾀하고 태양광 등을 신성장동력 산업의 하나로 집중 육성하려는 것이다.

우리 에너지기업들도 미래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사업 중 전력생산 사업인 태양광과 전력저장 사업인 중대형 2차전지 관련 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이런 신사업들은 각 기업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사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또 이같은 투자는 일개 기업 차원의 수익성 사업이라기보다 미래에 대비해 현재 세대가 반드시 해야 할 사업이다. 리처드 하인버그는 그의 저서 ‘미래에서 온 편지’에서 “앞으로 수십 년간 인류의 중심적 생존 과제는 화석 연료의 사용에서 벗어나는 것이며, 이를 가능한 한 평화롭고 공평하게, 그리고 지혜롭게 이루어내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재생 불가능한 자원을 소비하기만 한 현 세대가 미래 세대를 위해 책임지고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새로운 에너지를 개발함으로써 미래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현 세대의 사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같은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업들의 분발이 더 요구되고 있다.
2010-05-3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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