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안과 밖, 현실과 비전/안혜련 주부

[옴부즈맨 칼럼] 안과 밖, 현실과 비전/안혜련 주부

입력 2013-05-22 00:00
업데이트 2013-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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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꾸는 꿈은 거의 언제나 ‘안’이 아닌 ‘밖’을 향해 있고, 현실 너머의 또 다른 공간, 다른 시간, 새로운 상황을 가정하고 기대한다. 그 꿈은 늘 우리 희망의 원천이 되기도 하고 절망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현실에 단단히 발을 딛고 그 꿈을 꾼다면 삶의 에너지를 제공하는 진정한 비전이 되겠지만, 현재를 도외시한다면 그 꿈은 한순간 사라지는 사막의 신기루 같은 헛된 망상에 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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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련 주부
안혜련 주부


서울신문의 장점 중 하나는 우리나라 ‘안’의 지역 상황을 타 언론보다 자세히 소개해 준다는 점일 것이다. 정치·경제·문화를 비롯해 유무형의 온갖 정보와 권력이 수도권에 집중된 현실에서, 지면을 고정적으로 할애해 지방 각지의 동향과 서울 시정에 관한 정보를 정기적으로 전해주는 것은 지역 발전의 균형이라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하겠다. 다만 안에 대한 충실함이 나태와 진부함이 되지 않도록 밖의 일을 감지하는 데도 소홀하지 않아야 한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안’의 ‘현실’을 인지하는 데 급급해 ‘밖’의 새로운 ‘비전’을 소개하는 데 소홀할 수 있는 까닭이다.

여기서 ‘밖’이란 공간적 개념뿐만 아니라 현실을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 미래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포함한다. 이런 맥락에서 서울신문이 현 정부의 국정기조인 창조경제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기획한 “소통의 창”(5월 16일 자 2면)은 비전을 갖고 ‘안’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준 적절한 기획이라 생각된다. 첫 토론회의 주제는 중소기업 정책으로 비좁은 시장, 빈약한 인재풀이라는 고질적 문제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시도였다. 참석자들은 창업 때부터 글로벌화 추진, 주식옵션제를 통한 인재 영입, 창업 생태계와 성장사다리 건설, 공적개발원조로 해외진출 지원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으며, 글로벌화로 불공정·불합리·불균형이라는 3불(不)을 잡자는 데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보다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못하고 그리 새로울 것 없는 결론에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각 사안에 대한 관심과 논의를 지속적으로 환기시키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행복한 100세를 위하여-日 달군 ‘보이지 않는 가족’”(5월 13일 자 1면 16면) 기획 역시 밖에서 안의 문제를 해결할 열쇠를 찾는 좋은 예시로 생각된다. 고령화 사회를 목전에 둔 우리로서는 초고령 사회 일본의 선례에 비추어 미래의 대처법을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퇴직자가 경계해야 할 ‘인생 후반 5대 리스크’가 섣부른 은퇴 창업, 금융사기, 중대 질병, 황혼 이혼, 성인자녀 부양이라니, 이 중 어느 하나에서라도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에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우리의 삶에는 수많은 ‘안’과 ‘밖’이 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안과 밖은 바뀌기도 하고, 나 자신 속에도 안과 밖은 존재한다. 각기 다른 경우와 장소에서 ‘밖’을 바라봄으로써 우리의 ‘안’은 더 충실해질 수 있고 내실을 기할 수 있다. 지역 현안과 특색을 보다 넓은 시각에서 파악해 국민의 관심사에 진정성 있게 접목시킨다면, 서울신문은 새로운 참신함으로 독자에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을 냉철히 인식하면서도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신문, ‘안’의 일에 충실하면서도 ‘밖’의 흐름에 둔감하지 않은 서울신문이 되길 희망한다.

2013-05-2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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