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빙상계 파벌싸움부터 끝내라/박재홍 체육부 차장

[데스크 시각] 빙상계 파벌싸움부터 끝내라/박재홍 체육부 차장

박재홍 기자
박재홍 기자
입력 2021-12-16 20:42
업데이트 2021-12-17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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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홍 체육부 차장
박재홍 체육부 차장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심석희와 A코치가 나눈 메시지 대화가 한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국민은 큰 충격을 받았다. 욕설을 섞어 같은 대표팀 선수를 깎아내리고 더 나아가 동료가 금메달 따는 것을 볼 수 없어 중국 선수를 응원한다는 내용에 일부 국민은 배신감까지 토로했다. 심석희가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성폭행 피해를 본 사실은 이번 사안과 별개다.

국민이 실망한 이유는 심석희가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과 평창올림픽의 금메달리스트이고, 여전히 출중한 기량을 뽐내며 국가대표 선발전을 1위로 통과한 내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의 기대주이기 때문이다. 물론 대화 자체는 본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공개된 지극히 사적인 문제다. 그러나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고 비방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은 컸다.

지금 여론은 심석희가 고의로 최민정을 넘어뜨렸는지, 이로 인해 심석희의 징계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 또 베이징올림픽 출전이 가능한 것인지에 집중돼 있다. 지난 8일 대한빙상경기연맹 조사위원회는 심석희가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브래드 버리’(승부 조작을 뜻하는 은어)를 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심석희가 최민정을 밀친 건 맞지만 고의 충돌에 대한 증거로 보기엔 부족하다는 얘기다. 빙상연맹 내 공정위원회(상벌위원회)의 최종 징계 결정이 남았지만, 고의 충돌의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서 심석희는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하지만 심석희가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하고, 우리나라가 메달을 하나 더 추가한다고 하더라도 쇼트트랙과 빙상계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이 다 사라지는 건 아니다.

조사위는 심석희가 최민정을 포함해 동료에게 욕설과 폭언을 한 의혹에 대해선 “사실이 맞다. 심석희 본인도 이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빙상계 내부의 고질적인 파벌싸움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최민정은 평창올림픽 3000m 계주와 1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심석희와 최민정이 직접적으로 파벌 문제를 언급한 적은 없지만 두 선수 사이가 좋지 않은 이유는 충분히 유추해 볼 수 있다. 심석희는 한국체육대, 최민정은 연세대 출신이다. 심석희가 A코치와 나눈 대화 중에는 “지금 라커룸에 유빈(이유빈), 나, 민(최민정), 세유(박세우 코치) 이렇게 있는데, 내가 나가면 계주 이야기를 할 것 같다. 그래서 안 나가고 있다. 그냥 나가고 녹음기 켜 둘까”라고 언급한 내용이 있다. 이유빈은 최민정과 같은 연세대 출신이다.

파벌싸움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된다면 긍정적이다. 그러나 같은 팀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나고 결과적으로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면 분명 개선해야 할 문제다.

빙상연맹은 오는 21일 공정위를 열어 심석희의 징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징계 수위에 따라 심석희의 올림픽 출전 여부도 정해진다. 하지만 이에 그쳐선 안 된다. 익명을 요구한 빙상계 관계자는 “빙상계 내 지도자들 사이에서 ‘내 애들’과 ‘남의 애들’을 구분하는 식의 구시대적인 방식이 존재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면서 “이번 기회에 파벌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넘어간다면 제2의 심석희와 최민정은 언제든 또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위가 인정한 것처럼 빙상계 내 동료 사이의 욕설과 비방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빙상계는 그 원인을 스스로 밝히고 공개적으로 자정 노력을 보여야 한다. 내년 2월 4일 개막하는 베이징올림픽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지금이 기회다.
박재홍 체육부 차장 maeno@seoul.co.kr
2021-12-1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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