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ceremony/이수진· 주전자/에쿠니 가오리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ceremony/이수진· 주전자/에쿠니 가오리

입력 2021-01-14 17:12
업데이트 2021-01-15 01:4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주전자/에쿠니 가오리

1

주전자를 보고 있었지

집이란 불가사의함 속에서

아빠가 있고 엄마가 있어

평화롭고 햇살은 따스하고

행복하다 해도 좋은데

그저

주전자를 보고 있었어

텅 빈 몸으로

집이란 불가사의함 속에서

2

내가 주전자를 보고 있었다는 것을

당신은 아는 줄 알았어

창밖에 하얀 눈 오는 날 난로 위의 주전자 보는 것을 좋아했지요. 주전자의 작은 코에서 따뜻한 수증기가 퐁퐁 솟아오르면 방 안 공기가 음악처럼 촉촉해져요. 창에는 물기운이 어룽댑니다. 손가락으로 쓰고 싶은 글자들을 쓸 수 있지요. 엄마, 기적, 선물, 사랑해, 눈사람, 시…. 좋아하는 단어를 하나씩 적어 가는 동안 세월도 한 페이지씩 늘어났겠지요. 어린 시절은 마법처럼 사라지고 난로 위의 주전자도 볼 수 없게 됐지요. 아세요? 연인들은 가장 사소한 순간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는 것을. 주전자를 보고 있는 그 순간에도 마음 안에선 당신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그걸 모르는 순간 난로도 주전자도 신기루처럼 사라진다는 것을.

곽재구 시인
2021-01-15 30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