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우리말] ‘시들음병’과 ‘시듦병’/오명숙 어문부장

[똑똑 우리말] ‘시들음병’과 ‘시듦병’/오명숙 어문부장

오명숙 기자
입력 2021-07-28 20:22
업데이트 2021-07-29 03:15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밤이 돼도 열기가 식질 않으니 숙면은 고사하고 잠드는 것조차 힘든 나날이다.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서 가두리 양식장의 물고기와 가축들의 집단 폐사 소식이 이어진다. 이뿐만이 아니다. 폭염으로 인해 밭작물이 타들어 가고 있다고 한다. 폭염과 상관없이 작물을 말라 죽게 하는 병이 있다. 흔히 ‘시들음병’이라고 하는 것인데 맞는 표현일까.

‘만들-’, ‘둥글-’, ‘베풀-’처럼 어간이 ‘ㄹ’로 끝나는 동사나 형용사를 명사형으로 만들 때 쉽게 소리나는 대로 ‘만듬’, ‘둥금’, ‘베품’으로 표기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이들 동사나 형용사가 ‘ㄴ’, ‘ㅂ’, ‘ㅅ’으로 시작하는 어미나 ‘-오’ 앞에서 ‘ㄹ’이 탈락하는 경우와 혼동해서 벌어지는 일이다.

예를 들어 ‘만드니, 둥그니, 베푸니’, ‘만든, 둥근, 베푼’, ‘만듭니다, 둥급니다, 베풉니다’, ‘만드시다, 둥그시다, 베푸시다’, ‘만드오, 둥그오, 베푸오’처럼 활용되는데 이 같은 ‘ㄹ’ 탈락을 명사형 ‘-ㅁ’에도 적용해 ‘만듬’, ‘둥금’, ‘베품’으로 쓰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어간의 ‘ㄹ’이 생략돼서는 안 된다. 즉 받침 ‘ㄹ’ 옆에 바로 ‘-ㅁ’을 결합해 ‘만듦’, ‘둥?’, ‘베풂’으로 적어야 한다. 또한 ‘만들음’, ‘둥글음’, ‘베풀음’처럼 명사형에 모음 ‘으’를 끼워 넣어도 안 된다.

시들다의 명사형 역시 ‘시듬’이나 ‘시들음’이 아닌 ‘시듦’이다. 따라서 ‘시들음병’이 아닌 ‘시듦병’으로 적는 게 맞다.

오명숙 어문부장 oms30@seoul.co.kr
2021-07-29 29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