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립하는 청문회 되길

[사설]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립하는 청문회 되길

입력 2013-02-20 00:00
업데이트 2013-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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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청와대 6개 수석비서관 내정자 발표를 끝으로 ‘박근혜 인사’의 1장이 마무리됐다. 장관 후보자는 전문성을, 청와대 참모진은 박근혜 당선인과의 호흡에 방점을 둔 인사라는 총평에도 불구하고 특정대학 출신에 편중되고 지역 안배나 양성 균형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대통합을 위한 탕평인사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인사 잡음을 줄인다며 철통보안 속에 인선작업을 벌였으나 뚜껑을 열어본즉 이런저런 사적 인연들로 얽힌 ‘끼리끼리 인사’에 머물렀다는 비판도 따른다.

무엇보다 박 당선인의 첫 인사가 큰 박수를 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를 필두로 새 정부를 이끌 소명을 부여받은 이들 30명의 주요 후보자 및 내정자 가운데 재산이나 전력(前歷) 등에서 의혹이 따르지 않는 인사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일 것이다.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의혹은 무슨 ‘기본사양’이라도 되는 듯 상당수가 연루돼 있고, 병역 의혹과 전관예우 논란도 적지 않게 일고 있다. 물론 개인적 이해가 얽힌 음해이거나, 이념이나 정파적 의도를 바탕으로 특정 후보를 낙마시키려는 흠집내기 공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시비의 단서를 제공한 쪽은 결국 후보 개개인들임을 부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박 당선인의 첫 인사에 포함된 인물들의 평균 연령은 국무위원 58세, 청와대 참모진 61세다. 대한민국의 고도성장기라 할 1980~1990년대 초반을 30~40대의 나이에 보낸 인사들이다. 있는 돈 없는 돈 죄다 끌어모아 땅 사고 집 사는 데 앞을 다투던 시절을 헤쳐온 사람들이다. 국회 인사청문 제도도 없었으니 훗날 고위직에 오를 요량으로 요모조모 신변 관리에 신경 쓸 혜안도 없었을 면면들이다. 그나마 인선과정에서 나름의 조밀한 검증과정을 거쳤을 이들이 이렇다고 보면 발탁 단계에서 탈락한 인사들의 실상은 더욱 딱한 지경일 듯하다.

이런 각종 흠결의 총합이 대한민국의 안타까운 초상인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고위공직자의 자격 기준을 낮춰야 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몇 명이 낙마한들 철저히 검증하고, 실상을 가려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공직의 기준과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도덕적 책무)를 바로 세워야 한다. 새 정부 출범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혹독한 시련이 박근혜 정부를 단련시킬 것이다. 멀리 보면 그것이 이 나라를 선진 대열로 올려놓는 길이다.

2013-02-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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