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동족을 對美 협박의 제물 삼겠다는 건가

[사설] 北, 동족을 對美 협박의 제물 삼겠다는 건가

입력 2013-02-21 00:00
업데이트 2013-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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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한을 파괴하겠다는 망언을 내놓았다. 그제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다자 간 군축회의에서 제네바 주재 북한 대표부 1등 서기관 전용룡이 “한국의 변덕스러운 행동은 최종 파괴를 알릴 뿐”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직접적 표현을 쓰진 않았으나 다분히 핵 공격도 불사하겠다는 발언으로 봐야 할 것이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까지 들먹였다니, 3차 핵실험 이후 그들의 오만이 어느 정도에 다다랐는지 짐작하게 한다.

북한의 대남 위협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1차 핵 위기가 불거진 1994년 3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특사 교환 실무접촉에서 북한 대표 박영수는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폭언을 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청와대 불바다’ 같은 표현으로 남측을 위협해 왔다. 그러나 이들 위협은 미사일 공격을 지칭한 것인 반면 이번 제네바 망언은 핵 공격을 시사한 것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현저히 다르다. 북의 핵 보유가 그저 미국의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방편이라거나 미국에 대한 잠재적 위협을 통해 자신들의 협상력을 강화하려는 차원이라는 우리 사회 일각의 안이한 생각에 경종을 울려주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해서 당장 이를 사용할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번 제네바 망언도 한국 사회의 갈등을 유발하고 국제사회의 공조를 허물려는 의도가 크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국제사회는 강도 높은 제재라는 외길 수순으로 들어섰다.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제3국 기업에 대해 미국의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對)이란 제재에 버금가는 강도 높은 조치다. 이를 비롯해 국제사회의 제재가 본격화하면 북은 결국 이를 타개할 방편으로 남한에 대해 무력 도발을 자행할 공산이 크다. 막다른 골목에 몰릴 경우 제한적 규모로 핵을 실제 사용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제네바 망언이 망동(妄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단호한 대응이 요구된다. 북이 핵을 사용할 징후만 보이더라도 남한이 아니라 그들 자신이 ‘최종 파괴’의 운명을 맞게 될 것이라는 경각심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오늘 미 워싱턴에서 열리는 3차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가 출발점이다. 한·미 양국은 잠재적인 북의 핵 도발까지 상정한 단호한 대응 의지와 응징 태세를 구축해 북의 망상을 조기에 불식해야 한다.

2013-02-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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