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직자 전관예우 국민 눈높이에 맞출 때다

[사설] 공직자 전관예우 국민 눈높이에 맞출 때다

입력 2013-02-21 00:00
업데이트 2013-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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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 출신의 전관예우 문제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새 정부의 일부 장관 후보자가 법무법인(로펌) 재직 때 한 달에 1억원이란 거액의 수임료를 받거나, 무기중개업체의 고문 자리에 있었던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다. “대한민국은 퇴직공무원의 천국이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등 파장은 사회지도층의 도덕성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야당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신(新)전관예우형 재산증식 문제를 쟁점화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공직자의 전관예우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애초 법조계와 경제부처·기관 출신 공무원의 전유물이었으나,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의 무기중개업체 고문직 사례에서 보듯 군(軍)은 물론 일반행정분야로 그 범위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엔 정보통신 등 새로 형성된 산업군으로 문호가 넓어지는 추세에 있다. “부처의 과장급에서 국제변호사 자격증을 딴 뒤 로펌에 입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공직자의 말은 그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법조계의 인사철이면 로펌들의 스카우트 전쟁도 치열하다고 한다. 관료사회에서 ‘마굿간(공직사회) 소는 누가 키우나’란 우스개가 나돌 정도라니, 여간 씁쓸하지 않다.

로펌 등이 비싼 몸값을 치르며 공직자를 영입하는 이유는 효용가치 때문이다. 이들은 공직에서 쌓은 인맥을 활용해 자기가 속한 로펌과 기업체의 로비스트로 활동한다. 정부의 과징금 부과에 불복하는 기업체의 소송에 자문을 하고, 후배 공직자에게 이와 관련한 청탁을 하는 식의 행태다. 얼마 전 한국행정연구원의 조사에서 현직 공직자의 24.3%가 ‘퇴직한 상관을 의식해 의사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고 응답한 데서도 그 실상이 확인된다.

이들은 고문 등의 직함을 갖고서 많게는 십수억원의 연봉을 챙긴다. 공직을 떠나 사기업을 택한 이들에게 무조건 ‘배고픈 소크라테스처럼 살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장·차관의 연봉이 1억원 초반대라는데 1억원을 한 달 수임료로 받는다니 평범한 국민으로선 자신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20~30년 국록을 먹으며 일한 후 일반 국민에 비할 바가 아닌 연금혜택을 누리는 이들이 전관예우까지 받으며 고액 연봉을 챙긴다면 국민의 눈높이를 한참 벗어나는 일이다. 새 정부의 내각과 청와대에 발탁된 전직 공직자들의 엄청난 재산증식을 목도한 국민들이 허탈감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퇴직공직자의 전관예우 금지법안은 이미 마련된 상태다. 하지만 전관예우 논란이 있을 때마다 개선방안이 거론됐으나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차제에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을 하루속히 도입하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공직자 전직(轉職)평가도 보다 면밀히 심사해야 할 것이다.

2013-02-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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