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 중국의 계좌 폐쇄 의미 엄중히 새겨야

[사설] 북, 중국의 계좌 폐쇄 의미 엄중히 새겨야

입력 2013-05-09 00:00
업데이트 2013-05-09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중국의 외환거래 은행인 중국은행(BOC)이 그제 북한 조선무역은행과의 거래를 중단하고, 관련 계좌를 폐쇄했다. 지난 2006년 북한의 슈퍼노트(100달러 위조지폐) 문제가 불거졌을 때 마카오 지점의 북한 계좌를 동결한 적이 있으나, 이번엔 아예 계좌를 폐쇄하고 금융 거래를 전면 중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사뭇 다르다. 조선무역은행은 북한의 달러 창구다. 북한의 대외거래 자금 대부분을 취급한다.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거래와 관련된 자금과 김정은의 통치자금도 이를 통해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대외거래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웃도는 점까지 감안하면 BOC의 계좌 폐쇄가 안겨줄 북한의 체감 고통과 충격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BOC의 이번 조치는 한마디로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의 중국이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북의 미사일 발사와 3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2087호와 2094호를 단순 지지하는 데 머물지 않고, 대북 제재를 몸소 실천하고 나섬으로써 북에 전례 없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특히 조선무역은행은 유엔이 아니라 미국이 지정한 제재 대상이라는 점에서 중국이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에 적극 보조를 맞추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물론 BOC의 이번 조치를 확대 해석하는 것은 다소 섣부른 감도 있다. 미국의 강력한 설득에 따라 마지못해 취한 상징적 제재이며, 따라서 좀 더 중국 당국의 행보를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자금통로가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 계좌 동결 이후 상당부분 분산된 터라 이번 계좌 폐쇄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북한을 감싸고 도는 데만 급급했던 후진타오 주석 체제의 중국과 비교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뚜렷한 차이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그제 워싱턴에서 나온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메시지, 그리고 시진핑 중국 주석의 시그널을 유의해서 보기 바란다. 도발 위협에는 더 이상 보상이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주변국들의 일치된 경고를 허투루 보지 말아야 한다. 혹여라도 중국의 속내를 시험해 볼 요량으로 국지 도발을 자행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 경제는 핵과 미사일이 아니라 대화와 협력만이 살릴 수 있다는 박 대통령의 고언을 부디 귀담아듣기 바란다.

2013-05-09 31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를 담은 ‘모수개혁’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을, 국민의힘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각종 특수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등 연금 구조를 바꾸는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모수개혁이 우선이다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