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기업 인사 관치 너울 벗고 속도감 살려라

[사설] 공기업 인사 관치 너울 벗고 속도감 살려라

입력 2013-08-31 00:00
업데이트 2013-08-31 00:3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인사 잡음으로 중단됐던 공공기관장 인사가 재개된다고 한다. 관치 논란이 불거지자 청와대의 지시로 중단된 지 두어 달 만이다. 그 사이 한국거래소를 비롯한 일부 공공기관은 기관장이 공석인 채로 있었고 일부는 자동 연임돼 업무 추진 동력을 잃은 상태다. 문제는 인사가 중단된 사이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을 뿐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느 금융 공기업 기관장에는 누가 낙점됐다는 풍문이 도는가 하면 어느 기관장은 임기가 1년 넘게 남았는데 교체설이 나돌고 있다. 관치의 그림자가 여전히 걷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공공기관장은 대통령이나 장관이 임명권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고 일부는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되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기관장 추천위원회가 구성돼 후보를 공모하는 절차를 밟는다. 그러나 이 과정에 청와대나 감독기관이 개입해 내정한 인사를 선발하도록 압력을 행사함으로써 추천 절차는 요식행위로 끝나는 사례가 많았다. 따라서 관치와 낙하산의 논란에서 벗어나는 길은 추천위에 자율적인 권한을 보장해 주는 게 핵심이다.

‘낙하산은 없다’고 박근혜 대통령은 공언해 왔지만 막상 인사 뚜껑을 열자 현실은 달랐다. 정부 지분이 없는 BS금융 등의 최고경영자 임면에도 관치의 입김이 미쳤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물론 관료나 교수 등 어느 특정 집단 출신이 공기업 기관장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제1의 자격 요건은 정부에서도 밝혔듯 전문성과 능력이다. 이를 갖춘 최선의 적임자를 찾으려면 다양한 후보군에게 지원 문호를 개방해야 하고 선임 절차가 투명해야 한다. 면밀한 검증 과정도 거쳐야 함은 물론이다. 단지 고위 관료를 지냈다는 이유만으로, 인수위의 직책을 맡았다는 이유만으로 자리를 챙겨주는 식의 인사는 지양해야 한다.

자리를 봐주기 위한 관치 인사의 폐해를 우리는 똑똑히 보았다. 능력과 무관하게 낙하산으로 임명된 인사는 소신 있는 경영보다는 정권의 눈치를 보며 자리 보전하기에 바빠 공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혁신은 뒷전이고 복지부동의 안이한 태도로 일관한 결과다. 재무 관료 출신인 이른바 ‘모피아’는 선후배들이 밀어주고 끌어주며 거대한 세력이 되어 금융계를 좌지우지해 왔다. 현실은 참담하다. 임금은 세계 수준인데 경쟁력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역할과 임무는 막중하다. 493조원에 이르는 부채 등 난제도 쌓여 있다. 기관장 인사를 더 늦출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시간에 쫓겨 절차를 어기거나 전문성과 능력을 불문하고 특정 인사를 낙하산으로 내려 보내는 일은 없어야 한다. 나라 경제와 정책의 한 축을 책임진 공공기관 개혁의 첫걸음은 투명한 인사다.

2013-08-31 27면
많이 본 뉴스
최저임금 차등 적용, 당신의 생각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가 5월 21일 시작된 가운데 경영계와 노동계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최대 화두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입니다. 경영계는 일부 업종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한 반면, 노동계는 차별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