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환자 두 번 울리는 종합병원 ‘병실 장사’

[사설] 환자 두 번 울리는 종합병원 ‘병실 장사’

입력 2013-10-11 00:00
업데이트 2013-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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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이 조사한 결과 일반병실이 아닌 2인실 등 상급병실을 이용한 환자의 59.5%가 자신의 의사와 다르게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등 ‘빅5’ 대형병원의 경우 일반병실로 옮기려고 하루 평균 118명이 사흘간 기다리며 원치 않는 병실료를 내고 있다고 한다. 병원들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싼 병실을 팔아 돈벌이를 하고 있음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병원에 입원해 본 사람은 대부분 일반 병실이 없어 2인실이나 1인실에서 며칠씩 기다린 경험을 갖고 있다. 어쩔 도리가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적잖은 돈을 더 내고 비싼 병실을 사용하는 게 현실이다. 환자들이 원치 않는 병실을 이용해 추가로 지불하는 비용은 약 47만~97만원에 이른다. 만만찮은 금액이다. 병원들은 건강보험이 적용돼 수익성이 떨어지는 일반병실을 일부러 적게 운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빅5’ 병원의 일반병실 비율은 58.9%에 불과하다. 그렇잖아도 각종 진료 비용에 힘겨워하는 환자들에게 이렇게 감당키 어려운 짐을 안겨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병원들의 장삿속은 비단 병실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꼭 하지 않아도 되는데도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 단층촬영(CT)을 강요하는 일도 다반사다. 의학 지식이 없고 불안하기도 한 환자의 입장에서는 병원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환자의 궁박한 사정을 악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문제는 선택 진료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전체 환자의 40%가 선택진료를 이용했지만 “자발적으로 선택했다”고 대답한 환자는 59%뿐이었다.

종합병원들이 지난 한 해 벌어들인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는 각각 1조 147억원, 1조 3170억원으로 추정된다. 그중에 환자들이 원치 않게 지불한 비용은 모두 합해 1조 1000여억원에 이른다. 정부가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에 간병비를 더해 의료비 부담을 키우는 이른바 ‘3대 비급여’ 제도의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고 한다.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병원비는 무엇보다 고통스러운 부담이다. 그런 만큼 이번 정책에 거는 기대는 각별하다. 그동안 알면서도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했던 부도덕한 병원 행정에 강력한 메스를 가해야 한다.

2013-10-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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