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직후보자 임명 동의 흥정 대상 아니다

[사설] 공직후보자 임명 동의 흥정 대상 아니다

입력 2013-11-18 00:00
업데이트 2013-11-18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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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국회 처리를 놓고 여야가 진통을 겪고 있다. 민주당이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사퇴를 요구하며 황 후보자 임명 동의와 문 후보자의 거취를 사실상 연계하고 나선 까닭이다. 이에 새누리당은 단독으로라도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벼르고 있다. 이르면 이번 주초 국회 본회의를 단독 소집,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강창희 국회의장도 야당이 끝내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에 응하지 않는다면 직권으로라도 동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딱한 노릇이다. 무엇보다 황 후보자가 문 후보자와 대체 무슨 관계가 있기에 발목을 잡혀야 하는지, 애먼 국민은 왜 또 여당의 단독 국회와 야당의 거부라는 퇴행적 행태를 봐야 하는지 이해할 도리가 없다. 정치를 타협의 예술이라고 일컫는 까닭은 쟁점 사안을 놓고 여야가 한발씩 양보해 접점을 찾아나가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지, 무엇을 주고받으며 거래를 하라는 뜻이 아니다.

문 후보자의 경우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직 시절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을 빚고 있다. 의혹의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나아가 법인카드 유용이 복지부 장관의 직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부적격 사유인지 등 따져볼 대목이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 결과 장관으로서 부적합하다고 판단된다면 인사청문보고서에 이를 명확히 밝히고, 이후 임명 여부와 그에 따른 책임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몫으로 넘기는 것이 헌법과 인사청문회법의 법리이고 순리다.

같은 맥락에서 황 후보자 임명의 적부 역시 오직 인사청문을 통해 드러난 그의 자질과 이력을 놓고 판단할 문제다. 문 후보자의 거취에다 묶을 일이 아닌 것이다. 장관과 달리 감사원장의 경우 국회의 동의 아래 임명하도록 한 헌법을 악용해 문 후보자의 사퇴를 황 후보자 임명동의의 조건으로 삼는 것은 헌정 체계를 어지럽히고 인사청문의 취지를 훼손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지 않아도 지금 국회는 회기를 불과 20여일 남겨 놓고 정쟁에 묶여 민생을 챙기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예산 집행에 대한 결산심의조차 마치지 못한 데다 민주당이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 도입과 민생법안 처리를 연계할 태세여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새해 예산안 연내 처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소수 야당의 발목잡기와 다수 여당의 밀어붙이기로 신음해 온 우리 국회다. 더는 이런 모습 보이지 말자고 국회선진화법을 만들어 놓고도 여야가 또다시 구태를 답습한다면 우리 정치에 희망은 없다. 민주당은 황 후보자 임명안 처리에 조건 없이 응해야 한다.

2013-11-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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