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기치 못할 北 급변사태 철저히 대비해야

[사설] 예기치 못할 北 급변사태 철저히 대비해야

입력 2013-12-12 00:00
업데이트 2013-12-1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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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독재권력 체제가 요동치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집권 3년을 앞둔 시점에 대대적인 숙청 작업에 착수했다. 자신의 후견인 역할을 했던 고모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공개 석상에서 체포해 끌어냈고 이를 TV 뉴스로 공개했다. 앞서 그의 측근 2명을 공개처형하기도 했다. 이미 장성택 측근 수십명이 처형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선대의 피의 숙청을 재연하고 있는 셈이다. 김일성의 1956년 연안파·소련파 숙청과 1967년 갑산파 숙청, 김정일의 1997년 심화조 사건을 연상케 한다. 김정일은 심화조 사건 당시 3년에 걸쳐 당 간부와 가족 등 2만 5000여명을 제거했다. 이번 김정은의 숙청 역시 앞으로 수년간 2만~3만명의 희생을 부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금의 숙청 작업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예단할 수 없다. 김정은이 권력을 더 틀어쥐게 될지, 아니면 3대 세습 체제를 무너뜨리는 쪽으로 가게 될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는 일이다. 지금의 숙청작업이 어떤 배경을 지니고 있느냐에 따라서도 그 파장이 달라질 것이다. 군부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들의 반발 때문일 수도 있고, 김정일 사후 헝클어진 돈줄을 장악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항간에서 떠도는 소문처럼 부인 리설주와 장성택을 둘러싼 불미스러운 일들이 만들어 낸 여파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배경이 무엇이든 이번 숙청 작업은 장기적으로 김정은 체제를 심각하게 흔드는 요인이 될 것이다. 굳게 잠근 빗장에도 불구하고 북한에는 이미 시장경제 요소가 넓게 스며들었고, 돈맛을 본 주민들의 체제 불만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당장은 김정은의 공포정치에 숨죽일지 몰라도 언제 어떤 운명을 맞을지 모를 북한 권력층의 불안감은 그에 대한 충성심을 떨어뜨리고 체제 결속을 약화시킬 것이다. 숙청 대상 고위층의 망명 도미노와 주민들의 집단 탈북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한반도의 위기는 숙청의 후유증이 분출하는 시점에 찾아올 것이다. 당장이야 김정은이 내부를 향해 뽑아든 칼을 휘두르는 데 힘을 쏟겠지만, 제 뜻대로 상황이 돌아가지 않는다면 칼끝을 돌연 밖으로, 남으로 돌릴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2차 세계대전은 독일 국회의사당 방화사건을 빌미로 히틀러 나치당이 사회주의 진보세력을 대대적으로 처형하는 광란의 마녀사냥 끝에 일어났다. 북의 급변사태가 당장 오늘내일 들이닥쳐도 그리 이상할 것 없는 시기에 우리는 들어섰다.

2013-12-1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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