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메르스 사태 1년, 달라진 것 없는 병실 문화

[사설] 메르스 사태 1년, 달라진 것 없는 병실 문화

입력 2016-05-20 17:52
업데이트 2016-05-2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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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체를 불안과 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발생한 지 어제로 꼭 1년이 됐다. 지난해 5월 20일 바레인에서 입국한 내국인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시작된 사태는 12월 23일 종식을 공식 선언할 때까지 217일 동안 일상생활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 감염자 186명 중 38명이 생명을 잃은 데다 1만 6752명이 격리됐다. 사회경제적 손실은 자그마치 30조원에 이르렀다. 모임은커녕 만남 자체를 꺼렸을 정도다.

메르스는 단순한 질병이 아니었다. 허술한 방역체계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정부는 컨트롤타워조차 갖추지 못하고 허둥대다 골든타임을 놓쳐 사태를 악화시켰다. 의료 선진국이라는 자부심은 땅에 떨어졌다. 그 후 1년, 방역체계를 포함해 얼마나 개선되고 달라졌는가.

정부는 지난해 9월 ‘국가 방역체계 개편안’을 내놓았다. 질병관리본부를 1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상시켰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소속 기관이라는 한계와 함께 독자적인 인사·예산권도 없다. 컨트롤타워로서 주도적으로 신속한 결정과 함께 현장 지휘가 쉽지 않은 구조다. 게다가 감염병 전문병원은 설립 계획만 잡혔을 뿐 언제 실현될지 백년하청이다. 권역·지역 응급센터 140곳의 경우 감염병 환자에 대한 선별 진료를 의무로 했지만 일부 응급실에서는 여전히 선별 없이 진료하고 있다. 정부가 방역체계 개편을 위해 확실한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

병문안 문화도 사실상 그대로다. 메르스 감염자 중 39%인 73명이 가족·면회객·간병인이었다. ‘병원 감염’인 것이다. 그런데도 ‘문병=예의’라는 전통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혼쭐이 나고도 막무가내다. 정부 차원에서 ‘입원 환자 명문안 기준 권고안’을 마련해 협조를 요청했지만 병원도, 보호자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병실 면회를 제한해도 시도 때도 없이 들락날락하고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의 설문에서 정부가 다른 감염병 발생에 대응할 준비를 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73.8%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현실이다. 최근 지카 바이러스 환자와 메르스 의심 환자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구멍이 뚫렸다. 방심하면 제2의 메르스 재앙을 맞을 수 있다. 정부가 방역 시스템을 다시 점검하고 획기적으로 보완해야 하는 이유다. 국민들도 감염병에 대한 경각심을 확실하게 가져야 한다. 완벽한 대책이 있을 수 없는 까닭에 예방이 최선이다.
2016-05-2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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