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편법 부추기는 무늬뿐인 맞춤형 보육

[사설] 편법 부추기는 무늬뿐인 맞춤형 보육

입력 2016-07-06 22:46
업데이트 2016-07-06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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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끝에 강행된 맞춤형 보육에 잡음이 끊일 새가 없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 소란을 피우며 정책을 바꿨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하소연이 이어진다. 정부가 지난 1일부터 시행한 맞춤형 보육제도는 양육 부담이 큰 맞벌이 가정이 어린이집 종일반을 좀더 원활히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였다. 기존의 일률 지원 방식과 달리 전업주부의 아이들은 하루 6시간,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은 12시간을 각각 맡길 수 있도록 차등 지원하는 것이다. 우려 속에 강행된 정책은 그러나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한 채 민폐 제도로 주저앉은 모양새다.

현장에서는 맞춤형 보육제도 시행으로 달라진 것은 전업주부들의 맞춤반 자녀들이 등하원하는 시간이 한 시간 앞당겨진 것뿐이라는 볼멘소리가 높다. 바뀐 정책이 맞춤반 아이들을 오후 3시면 데려가도록 유도한 바람에 아이들은 낮잠을 자거나 간식을 먹기가 애매해졌다. 전업주부들이 ‘긴급 보육 바우처’를 너나없이 쓰고 있는 것은 그런 까닭에서다. 이 제도는 전업주부가 급한 사정이 생겨 아이를 제때 데리러 가지 못할 때를 대비해 한 달에 15시간씩 추가 위탁할 수 있게 하는 돌봄 서비스다. 낮잠을 자거나 오후 간식을 먹는 아이를 중간에 데려오기 난처하니 이 서비스로 위탁 시간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엄연한 편법을 어린이집이 버젓이 권유하고, 정부 당국도 달리 방책이 없으니 모른 척해야 하는 현실이다. 당장 “바우처 안 쓰면 바보”라는 말이 유행하는 모양이다.

맞춤반 보육료를 줄이는 차등 지원으로 올해만 375억원쯤의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것이 애초 보건복지부의 계산이었다. 그런 것이 시행 하루 전날까지 현장의 반발을 무마하지 못해 결국 말짱 도루묵의 상황을 만들었으니 예산절감 효과가 있을 리 없다. 혹 떼려다 혹만 더 붙였는데도 현장 혼란에 속수무책인 복지부가 딱하다. 종일반 아이들만 별도 위탁하는 어린이집 설치가 대안으로 거론될 판이다. 아니면 말고 식의 정책에 옥상옥(屋上屋)의 보육 프로그램이 또 나와서야 되겠는가.

정책 시행 전 복지부가 충분한 의견 수렴을 위해 공청회를 몇 번이나 열었는지 새삼 궁금하다. 차등 지원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늦었지만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정책이 민생을 혼란스럽게 해서는 안 된다. 하루빨리 불합리한 부분이 수습될 수 있도록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2016-07-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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