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은 0.5% 포인트 금리인하, 아쉽다

[사설] 한은 0.5% 포인트 금리인하, 아쉽다

입력 2020-03-16 23:16
수정 2020-03-17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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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 효과 떨어지는 뒷북 인하…여수신 탄력 운용으로 효율 높여야

한국은행이 어제 오후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하루 앞당겨 열어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인하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연 1.25%에서 0.75%로 내려가 사상 처음으로 0%대 금리 영역에 도달한 것이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기준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으로 전격 인하한 것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은이나 미 연준의 전격 인하 배경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한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직면한 우리 경제는 기축통화국인 미국보다 더 심각하다. 글로벌 수요가 급감하는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는 `더블 쇼크’ 탓이다. 중국과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의 경제 충격으로 세계경제 성장률이 최대 1% 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말할 것도 없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1%로 낮췄다.

한국은행이 어제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내렸지만 비상한 시국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한은의 기준금리 조정 폭이 크지 않았지만, 지금은 내우외환의 상황 아닌가. 많은 전문가가 0.75% 포인트의 ‘빅컷’을 예상했던 이유다. 2008년 10월 금융위기 당시 한은은 0.75% 포인트의 빅컷을 단행한 바 있다. 선제적 금리인하의 시기를 놓쳤다는 점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미 연준은 우리보다 경제 상황이 나쁘지 않지만 이달에만 두 번에 걸쳐 1.5% 포인트의 금리를 내렸다.

한은의 전격적인 금리인하가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겠지만 최근 냉정을 되찾은 부동산 시장을 살펴볼 필요는 있다. 급격한 금리인하로 일부 해외 자본의 유출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지금은 코로나19에 따른 실물경제의 붕괴를 막고 금융시장의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순위다. 당장 매출이 90% 가까이 떨어진 소상공인과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으로 도산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 생계를 위협받는 취약계층을 살려야 한다.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철강, 항공, 유통산업도 도와야 한다.

정부가 11조 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현실을 감안하면 아직 부족하다. 2009년 금융위기에 추경은 28조 4000억원이었다. 금리인하가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선 한은의 여수신 정책을 더 탄력적으로 운용해 시중은행들이 소상공인들에게 원활하게 대출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번 금리인하가 금융붕괴를 막고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마중물이 돼야 할 것이다.

2020-03-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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