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융권, ‘착한 임대인’보다 대출이자 깎아 줘야

[사설] 금융권, ‘착한 임대인’보다 대출이자 깎아 줘야

입력 2020-12-21 20:14
업데이트 2020-12-22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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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중 금융권 최대실적 내
금융권 ‘생색내기‘로 의심받을 수도

하나금융그룹과 신한은행 등 금융권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소상공인 등의 임대료를 깎아 주거나 면제해 주는 ‘착한 임대인’ 대열에 합류했다. 하나은행그룹은 소유한 건물에 세든 소상공인들의 임대료를 다음달부터 6개월 동안 면제하고 중소기업은 업종별로 같은기간 절반까지 깎아 준다. 신한은행도 소유 건물에 임차 중인 집합금지업종 임차인들에게 3개월 동안 임대료를 한 푼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소상공인 임차인들은 같은 기간 임대료의 30%를, 최대 100만원까지 감면받는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BNK저축은행 등도 이미 지역 영세기업과 소상공인 120여개 업체에 임대료 절반을 감면했고, 이 조치를 내년 말까지 연장한다.

금융권의 이런 움직임은 일단 환영할 만한 일이다. 정부도 착한 임대인들에게 세제 지원뿐 아니라 소상공인 대출 지원 프로그램을 한시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에 따라 임대료를 낮춘 비주거용 부동산임대 사업자들은 22일부터 내년 6월까지 소상공인 2차 대출 지원을 위한 신용보증기금 정책보증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착한 임대인 운동’이 비교적 살림살이가 넉넉한 건물주들이 모두 동참할 수 있는 운동이 되기를 바란다. 팬데믹을 함께 헤쳐나가자는 메시지가 널리 확산될수록 매서운 겨울 추위를 어렵게 견디는 사람들이 봄을 기다릴 힘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참에 한국 사회가 금융권에 더 요구할 것도 있다. 코로나 감염병 탓에 실물경제가 밑바닥을 헤매고 경제성장률도 마이너스이지만, 4대 금융지주는 3분기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당기순이익이 크게 늘었다. 농협금융지주는 4.8%, KB금융지주는 3.6%, 하나금융지주는 3.2%, 신한금융지주는 1.9% 성장했다. 신한금융지주는 3분기 1조 1447억원으로 지주회사 설립 이래 최대 분기 실적을 냈다.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2조 950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증가했다. 역시 역대 최고다. 하나금융지주도 지난해 3분기 6951억원에서 올해 7601억원으로 수익을 불렸다.

금융권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인 순이자마진 축소 폭도 지난해 말과 비교해 평균 0.1% 포인트 안팎에 그쳤다. 이른바 빚을 내 주식투자하고, 부동산 투자하는 풍조에 편승해 금융권이 오롯이 국난의 과실을 챙긴 셈이다. 그러니 착한 임대인으로 합류하겠다는 금융권의 의지가 생색내기로 비치기 십상이다. 금융권의 착한 임대인 운동 동참도 고맙지만, 대출이자에 허덕이는 국민을 직접 돕는 방안도 채택하길 바란다.

2020-12-2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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